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가 널리 퍼지면서 중국내에서만 감염자가 4698명, 사망자는 224명에 이른다. 앞으로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사실, 인류역사에서 바이러스가 문제가 된 경우는 사스가 처음은 아니다. 사스는 어떻게 탄생했고 앞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전문가, “더욱 위험한 바이러스 출현의 서곡”

사스 바이러스가 출현한지 몇 달만에 수천 명이 감염되었고 수백 명이 숨졌다. 사스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경제적인 손실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불행히도 감염질환 전문가들은 사스는 보다 더 강력하고 위험한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을 알리는 리허설에 불과하다고 전망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역병은 인류에게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4세기초에 흑사병은 중국과 유럽을 휩쓸며 당시 유럽인구의 30%인 2천5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5세기, 천연두는 대서양까지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해 아즈텍과 잉카 문명을 송두리째 황폐화시켰다. 1918년에 유행한 감기바이러스로 인해 2천만 명이 희생되었으며 이는 1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사람 수보다 많다. 가깝게는 감기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지 이제 30년이 갓 지났다.

그렇다면 새로운 바이러스 종은 어떻게 탄생되는 것이며 사스는 왜 우리 나라에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가까운 중국에 집중되어 발생하는 것인가?  새롭게 발견되는 바이러스들은 무에서 유로 창조된 것이 아니고 기존의 바이러스들이 변형됨으로서 생겨난다. 정체 불명의 사스 바이러스도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의 변종임이 밝혀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자 현미경으로 본 바이러스의 모습이 태양 둘레의 빛무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새로운 바이러스, 종간 장벽 무너질 때 발생
 
전문가, “더욱 위험한 바이러스 출현의 서곡”

 
새로운 바이러스 종의 탄생은 크게 두 가지 방법에 의해 일어난다. 

첫째,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포유동물의 유전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불안정하여 복제시 조금씩 변형을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높고 이러한 변형이 축적되어 결과적으로 새로운 변종이 탄생한다. 이것이 왜 우리가 매년 감기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둘째, 두 가지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동시에 한 개체에 감염되면 바이러스 유전체들은 서로 섞이게 되고 새로운 조합을 가진 변형체가 생겨난다. 조류에 감염되는 플루바이러스와 인체에 감염되는 플루바이러스가 돼지 몸속에 감염되어 섞이면 지금까지는 사뭇 다른 유전체를 가진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바이러스는 무작위적으로 아무 생물체나 감염시키지는 않으며 특정한 생물 종만을 선택적으로 감염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출현은 이러한 종간 장벽 (species barrier)이 무너질 때 생길 수 있다. 즉 동물 바이러스가 우연히 사람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는데 동물에서는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던 것이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는 설치류에서 유래한 것이며, 에이즈바이러스도 원숭이에서 넘어온 것으로 믿어진다. 1999년 1백여명의 사상자를 내며 말레이시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Nipah 바이러스는 박쥐로부터 돼지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다. 영국에서 최소 117명의 사망자를 낸 광우병도 양에서 소로 그리고 사람으로의 먹이사슬을 통해 병원체가 종간 장벽을 뛰어 넘은 결과라고 믿어진다.

감염대상의 광범위함과 감염의 용이성으로 볼 때 아마도 동물과 연관된 바이러스들 중 가장 큰 위협의 대상은 역시 인풀루엔자 (독감바이러스)다. 바이러스 질환 중 인풀루엔자가 현재 지구상에서 제1의 사망 원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사스가 속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증상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원인균이며 사람, 돼지, 말, 닭등의 가금류에 폭넓게 감염된다. 사스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국은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종의 바이러스 출현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인 농업방식이 아직 가금류들과 사람들이 함께 밀접하게 생활하도록 이루어져 있으며 이런 곳에서 생산된 식품, 육류들이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로 집중되고 결과적으로 오염된 잠정적 병원체들이 좁은 공간에 농축되는 셈이다. 또한 비위생적인 각종 가축 시장들이 사람들이 밀집된 곳에 위치해 있다. 1997년 홍콩에서 새로운 종의 조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6명이 사망한 적이 있고 더 이상 사람에게 퍼질 것을 방지하고자 당시 홍콩당국은 모든 가금류를 도살한 적이 있다. 이외에도 과거 홍콩은 몇몇 악성 감기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된 바 있다. 아직 사스의 기원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환경조건이 사스가 중국, 홍콩등에서 성행하고 있는 원인일 수 있다. 유전적으로 유사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아직 감염자가 없는 사실도 이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새롭게 탄생하는 바이러스 변종은 인체 면역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고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전염병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빠른 교통수단의 발달은 과거에 비해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를 촉진하고 있다. 완전히 한 병원체를 지구상에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인류의 노력으로 박멸한 유일한 감염성 병원체는 천연두바이러스 뿐이다. 정체를 모르는 바이러스에 대해 사전에 예방용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현재로서는 바이러스가 일단 출현한 이후 신속하게 대책을 강구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행히도 현대 생명의학기술의 발달과 신속한 대처 그리고 향상된 공중위생 덕분에 과거와 같은 엄청난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다. 에이즈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는데 10년이 걸린 반면 사스의 경우 발견시점으로부터 유전체를 규명하고 배설물들을 통해 감염된다는 역학적인 조사결과를 얻기까지 불과 한두달 남짓 걸렸을 뿐이다. 이러한 정보만으로도 우리는 사스의 전염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가 현재의 거울이라면 지금쯤 또 한번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도래할 주기가 되었다. 가까운 장래에 도래할 불청객은 우리에게 친숙한 인풀루엔자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조류 바이러스로부터 유전자를 빌어 새로운 치명성을 가진 종으로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 혹은 이런 가상의 적은 최근에서야  변형되어 아직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고 지구상의 고립된 지역에 숨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사스였길 바랄 뿐이며, 우리는 사스로부터의 교훈을 직시하고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도전에 대하여 ‘준비’ 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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