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박물관 역사에서 대학 박물관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1934년 본교 박물관이 처음 세워진 이후 전국 100여개의 대학에 세운 박물관은 일반 박물관이 활성화되기 전 발굴과 교육, 전시와 연구가 동시에 가능한 유일한 기관이었다.

현재 대학 박물관의 위상은 이와 다르다. 관람객의 모습은 찾기 어렵고 위치조차 모르는 학생도 대부분이다. 일반 박물관과의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학 박물관은 대학의 특성을 살려 21세기에 걸맞은 박물관으로 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8일부터 연재한 ‘대학 박물관을 가다’를 마무리하며 고대신문이 대학박물관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봤다.

대학교 박물관의 학생 유치 작전

대학 박물관의 첫 목표는 학생 관람객의 유치다. 이를 위해 연세대와 한양대 박물관은 박물관과 연계된 신입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연세대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프레쉬맨 세미나’에 박물관 관람을 코스로 넣었고, 한양대에선 신입생과 교수가 1한기 동안 함께 하는 새내기 프로그램에 박물관 수업을 하도록 적극 홍보한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안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단독건물을 갖는데 비해 본교 박물관은 열람실과 함께 있다. 박물관이 위치한 백주년기념삼성관은 유동인구가 높고 캠퍼스의 중앙에 위치해 최적의 장소지만 보안상 위험하다. 배성환 학예사는 “학생들의 접근을 높이기 위해 보안의 위험을 감수했다”며 “학생들이 열람실에서의 단순한 학습이 아닌 박물관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박물관만이 가능한 특별한 소통

대학 박물관은 대학 내 학문과의 연계가 특징이다. 한양대 박물관 김승 학예과장은 “공과대가 강한 본교의 특성을 살려 공업사·기술사와 문화사를 접목한 핸드폰 전시를 열었다”며 “공과대와 문화인류학과가 함께 존재하는 대학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이 대학 강의실로 변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전시관에서 도예과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처럼 고고미술학, 사학과, 인류학과 수업 일부를 박물관에서 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 박물관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일반 박물관에 비해 특화됐다. 서울대 박물관 김승익 학예사는 “대학박물관이 사립·공립박물관보다 나은 부분은 교육 분야의 개발”이라며 “다양한 학과가 모여 있고 인적자원이 풍부한 대학 박물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학 박물관은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기적인 학술답사와 교양·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경희대 박물관은 일 년에 8회씩 열리는 정기문화답사를 10년 째 운영 중이다. 한양대 박물관과 연세대 박물관도 전국 각지에 있는 <문화 유적 답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활발한 교류, 풍부한 전시

최근 대학 박물관은 외부 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기획 전시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서울대 박물관은 현재 전시 중인 <태안 해저유물과 고려시대 조운> 특별전시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공동주최했다. 지난해엔 일본 와세다대 아이즈 박물관, 영남대 박물관이 함께 한 <아이누, 서울에 오다>, 대만 국립역사박물관과 공동주최한 <불상, 지혜와 자비의 몸> 전시를 열었다.

국내 기관 간 교류도 활발하다. 오는 가을 연세대 박물관은 대전 이응로 미술관과 함께하고, 본교 박물관은 단국대 복식 박물관과 합동 전시를 열 예정이다. 본교 배성환 학예사는 “대학 박물관끼리 합동 전시를 여는 경우는 드물다”며 “각자 소장품의 특성을 살린 전시를 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교육기관 역할도

대학 박물관은 전시·연구를 넘어 지역사회의 교육기관 역할도 수행한다. 이화여대 박물관은 서울시의 ‘2010 대학이 제안하는 건강한 학교만들기’ 사업에 지원해 ‘고등학생들과 함께 서울 역사문화지도 만들기’ 수업을 진행 중이다. 연세대 박물관도 서부교육청 관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나는 청소년 문화해설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연세대 윤현진 학예사는 “대학이라는 가까운 공간을 통해 학생들이 왜 박물관을 찾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의 참여로 전시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한양대 박물관 71주년 기념 <신선> 특별전은 지역 아이들이 그린 다양한 신선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본교 박물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너머 박물관 교실>을 무료로 운영 중이다. 교실에 참가한 학생은 문화재 감상과 더불어 문화재 신문을 만들고 토론 시간을 갖는다. 김도형 연세대 박물관장은 “박물관은 단지 보여주는 장소를 넘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장소의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물관의 발전은 기본부터

대학 박물관의 발전은 기본적인 역할 수행에서 시작한다. 한국대학박물관협회 오일환 학예연구원회장은 “대학 박물관은 연구·전시·교육 기능의 삼박자를 갖출 때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박물관 김승 학예과장은 “풍부한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곳은 대학 박물관 뿐”이라며 “대학 박물관이 없다면 대한민국 박물관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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