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4 22:07 (일)
대화할 수 없는 병원, 대화해야 하는 노조
대화할 수 없는 병원, 대화해야 하는 노조
  • 정민교·류인화 기자
  • 승인 2010.07.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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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핵심 역량이 아닌 부분은 아웃소싱으로 대체하고 있다. 국내에서 1997년 IMF 이후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늘어나고있다.
김동원(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간접고용방식은 기업의 부수적인 부분을 용역업체가 대신해 비용은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암병원은 용역업체 태가BM과 도급계약을 맺고 미화노동자 72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안암병원 미화노조는 미화노동자의 처우 문제에 대해 병원과 직접 대화하길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노동자와 원청업체가 대화를 하려면용역업체를 통해 교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라 미화노동자와 교섭을 하면 노동법에 어긋난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 지난 13일(화) 새벽, 84병동에서 한 미화노동자가 쓰레기봉투를 치우고 있다. 사진=이수지 기자 sjsj@

감염 가능성 있지만 산재보상은 받아
‘병원미화노동자’는 일반 미화노동자에 비해 감염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 기준에 맞춰 지정된 장소에 주사바늘, 오염된 거즈 등을 버리는 등 2차 감염을 예방하려지만 청소를 하다보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노동자건강연대 이서희경 사무국장은 “주사바늘, 오염된 거즈, 치료 후 부산물을 미화노동자는 특별한 안전장비 없이 다룬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부령의 산업보건기준에관한규칙은 환자 가검물을 처리하는 근로자에게 보호앞치마ㆍ보호 장갑 및 보호마스크 등의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암병원은규칙을 잘 준수하고 있으며 감염가능성과 안전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JCI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병원의 안정성은 이미 검증됐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안암병원 관계자는 “JCI인증을 받기 위해선 1000여 가지의 기준을 통과해야 해야 하고 인증을 받은 것은 우리 병원이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증 요건에 오염방지항목이 포함돼 미화노동자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병원엔 간단한 소독치료나 두통약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보건관리실이 있다. 이곳은 미화노동자도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미화노동자는 이 사실을 몰라 병원 측에 기본적인 치료를 해달라고 주문해왔다. 미화노동자 김 모 씨는 “관리실이 있는 줄 몰랐다”며 “응급치료를 넘어 바늘에 찔렸을 때 검사까지 병원에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병원 관계자는 “검사는 미화노동자뿐 아니라 직원, 간호사, 의사도 적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보험료나 치료비 등은 계약시 태가BM에 지급한 부분”고 말했다. 미화노동자가 근무시간 중 다치면 태가BM의 산업재해 처리로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미화노동자 더 필요하다”
현재 미화노동자들은 인력 증원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안암병원 미화노동자 1인당 청소해야 하는 면적은 1047㎡으로 구로병원(975㎡)에 보다 넓다. 또한 병원미화노동자는 주말도 근무해야 해 일반 미화노동자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은 편이다.
안암병원은 7월 말 임상실험센터가 완공되면 미화노동자를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의 다른 관계자는 “타 대학병원에 비해 안암병원이 노동 강도가 높다는 미화노조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재계약 전까지 다른 사업장을 방문할 예정”이라 며 “요구가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재계약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안암병원 미화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만 대부분은 오전 5시에 출근한다. 오전 5시부터 6시까지 이뤄지는 1시간의 추가 노동에 대해선 따로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미화노동자 강 모 씨는 “밥차가 오는 시간인 7시 반까지 끝내기 위해 일찍 출근한다”고 말했다. 7시 30분 이후에는 환자가 식사를 해 병실 청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태가BM이 미화노동자가 일찍 나오는 것을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가 생겼을 경우 산업재해 처리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이유다. 또한 문병수 소장은 “안암병원이 타 병원보다 정년이 높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은 편”이라며 “노동자 별로 일하는 속도가 다른 것까지 업체가 관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입장은 이해하지만 더 이상은 곤란”
6일 안암병원 2층에 위치한 휴게실 면적 15㎡(4.5평)가 넓어졌다. 이는 안암병원이 3년 전부터 지속돼 온 미화노조와 태가BM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미화노동자의 휴식공간은 56㎡ (17평)규모다. 병원 측은 안암병원 재무팀도 총무팀과 인사팀의 공간을 반씩 얻어 쓰는 상황에 휴게공간을 더 확장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공간이 있으면 미화노동자의 휴게공간을 늘려주고 싶지만 현재의 공간으로도 충분히 50~60명이쉴 수 있기에 더 이상의 휴식공간을 제공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미화노동자들의 아침밥 제공에 대한 요구에 대해 안암병원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미 태가BM에서 미화노동자에게 식비로 월 5만 5000원을 제공하고 있고, 아침밥 제공 시 병원에 연간 5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병원도 노동자도 용역업체도 잘못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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