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호를 만들면서 헐리웃 스타 비욘세가 영화<드림걸즈>에서 부른 <Listen>이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 <드림걸즈>를 처음 봤다. 꿈을 찾아 가겠다는 내용의 <Listen>이라는 노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꿈에 대해 부르기보다 “들어달라(Listen)”고 목놓아 열창했으니 말이다. 가사의 반이 “Listen”이었고 비욘세의 표정이 얼마나 애절하고 리얼하던지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비욘세가 어떤 심정으로 <Listen>을 불렀는지 이해할 것 같다. 과장해서 말하면, 컨택할 때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다면 노래는 엉망이겠지만 감정은 비욘세보다 구구절절했을 것 같다.

이번 신문에서 역할 중 하나는 <선배, 어디서 일해요?>를 쓰는 것이었다. PD를 섭외해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 외주제작사에 근무하는 PD를 섭외할 때 일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전화를 붙잡고 ‘외주제작사’를 검색해 나오는 회사마다 줄줄이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는 직원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외주 제작사에 일하는 본교 출신 PD를 알 수 있겠냐고 물었다. 질문은 직원들에겐 귀찮고 어이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그들의 억양은 매우 건조했고 심지어는 질문이 끊자마자 “그런 사람 없습니다”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4~5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서 무슨 말을 해도 잘 들어주던 가족과 친구가 떠올랐다. 처음엔 직원을 원망했지만 결과적로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말을 하면 누군가 잘 들어줄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전제한다. 그러다 기대와 달리 말을 잘 들어주지 않으면 실망하게 된다. 처음에는 들어주지 않은 사람들을 야속해 한다. 그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과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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