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부터 고대의 역사와 인물, 학문·정신적 전통을 탐구하는‘고대의 역사, 전통과 미래’ 강의가 신설된다.

전 학년 선택교양으로 개설된 ‘고대의 역사, 전통과 미래’는 1학점‘pass or fail’제로 운영된다. 강의는 이기수 총장과 인권환(문과대 국문과) 교수가 맡는다.

이번 강의는 ‘고대정신’의 의미를 이해하고, 본교의 역사·인물·전통을 검토해 고대인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의는 ‘고대정신과 전통론’,‘한국근현대사와 고대정신’,‘대학으로서의 고려대’,‘고대정신과 자연과학’,‘고대정신과 사회과학’의 다섯 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고대정신은 학문적 연구보다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인권환 교수는 말한다. 인 교수는“그 시대 고대인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를 분석해보면 고대정신의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며“보성전문학교부터 4.19혁명까지는 독재에 항거했다는 점에서 저항 정신을 가졌고, 고대 행사와 응원에 농악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서민·대중적 기품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근현대사 안에서 고대정신이 어떻게 발휘됐는지 찾아보고 토론하는 것도 이번 수업의 목표다. 본교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고대정신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도 함께 다룬다. 이 과정에서 본교의 설립자 이용익을 포함해 주요 인사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고대정신이 본교의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가르칠 예정이다. 고대정신과 인문학과의 관계를 예로 들면, 민족과 민중을 위하는 ‘서민적 기풍’의 고대정신이 두드러진 1980~1990년대에 본교에선 민족과 민중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국학분야와 동양학분야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번 강의의 개설이 확정된 것은 지난 5월이다. 강의를 개설한 교양교육원은 “역사와 전통 등 본교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뤄 학생들이 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강의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강의개설에 대한 논의는 2008년 11월에 열린 ‘고대정신 전통과 미래’토론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토론회에선 앞으로 지향해야 할 고대정신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인권환 교수는“토론회가 끝나고 이기수 총장이 토론회 내용을 다루는 강의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며 제의했다”며 “이 총장이 와세다대의 역사와 전통, 인물을 가르치는 ‘와세다학’ 강의가 개설된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본교 박물관 기록자료실은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2010년 <고대정신, 전통과 미래>를 발행했으며, 이 책은 수업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국내 대학에서 자신의 학교에 대해 강의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양대는 지난 2007년부터 ‘가치리더십(HELP1, Hanyang Essential Leadership Plus1)’을 1학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 강의는 한양대의 역사와 건학이념, 상징을 가르치고 전통을 다루고 핵심 가치와 비전을 통해 한양대 학생으로서의 자부심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본교가 고려대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수업을 개설한다는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며 비판했다. 또한 학교가 고대정신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모(문과대 철학08) 씨는 “1995년 ‘신 명심보감’이 총장이 바뀌자마자 없어졌다”며 강의의 지속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학교 측은 이러한 비판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매 시간 학생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수업이 진행되는 만큼 일방적인 주입은 없다는 게 학교의 설명이다. 또한 신입생만 수강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이 수업은 모든 학년이 수강 가능한 선택교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수업에 3, 4학년 학생 40명 이상이 수강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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