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가치는 대학 본연의 절대적 가치와 우리 사회가 보는 상대적 가치로 나뉜다. 대학의 절대적 가치는 근세기의 대학의 모토이다. 세계 유수대학들의 공통된 모토는 진리, 빛, 정의 그리고 자유이다. 대학의 학문적 가치와 실현방법을 함축한 슬로건이다. 대학의 가치를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삶의 가치 계발에 둔 것이다. 대학은 오늘의 현실에 접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 사회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이것이 대학의 절대적 가치이다. 대학의 발전은 사회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유럽대학은 산업사회의 출발과 함께 관념주의적 상아탑에서 실용주의적 교육기관으로 전환되었다. 이때부터 대학은 사회적 가치의 대상이 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산업사회 출발과 함께 우리 대학은 생산성 중심의 합목적적 사회제도로 정착되었다. 이젠 시군마다 대학으로 충만해 있다. 고교졸업생의 80%이상이 대학지망생이니, 우리 국민은 모두가 대학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대학의 본래적 가치와 책무에 대해 묻지 않는다. 학에 들어오는 자체가 사회로의 입문하는 길이다. 자연계열 학생이 사법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학을 사회적 제도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늘의 대학의 가치는 사회로부터 결정된다. 대학지망생의 적성을 입시관련기관이나 학부모가 결정하는 사회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 자신의 적성을 찾는 모습이 오늘의 대학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는 대학의 가치는 취업에 있다. 그러나 대학의 절대적 가치는 대학인의 사회진출로 시작된다. 그래서, 서구에서도 졸업은 “시작”이라 했다. 대학인의 목표는 대학에서 전공한 지식과 분석능력을 바탕으로 현 사회의 실무과정을 경험하면서, 미래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리더가 되는 일이다. 대학의 목표가 단지 신입사원의 자격취득에 있다면, 대학교육의 사회적 비용의 정당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의 사회적 제도화는 일반 기업체까지 파급되고 있다. 기업체에서도 대학교육을 맡고 있다. 기업체에 필요한 맞춤형 전문인이 없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는다. 이제 평생교육의 개념에서 비롯된 사내교육이 석박사학위를 수여한다. 평생교육의 개념에선 학위가 중요하지 않다. 기업체에서 대학 본연의 이념에 부합한 교육과 연구가 가능할까. 기업체의 이념과 대학의 이념이 동일할 리가 없다.

대학의 절대적 가치는 대학만으로 구현될 수 없다. 대학과 사회는 기능면에서 유기적 공동체이다. 대학의 사회적 기능에만 집중하는 우리 사회도 공동의 책임이 따른다. 70년대 서구사회가 가졌던 대학의 혼돈을 이제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이나 자연계열을 막론하고 모든 전문분야가 장치산업화 되고 있다. 대학 졸업자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직능화된 기능인을 바라고 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는 생각하고 분석하는 창의력에서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난 주 미국 유력 잡지사의 ‘세계최고국가’ 평가에서 한국의 교육부문이 세계 2위로 올랐다. 그런데, ‘삶의 질’의 부문은 29위에 그쳤다. 현재 우리 대학의 절대적 가치는 G20권 밖이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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