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이 속에서도 진한 인연은 이어지고 있다. 같은 운동을 하는 동료로서,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온 친구로서, 한 가족의 아버지와 아들로서,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이스하키의 이병엽(사범대 체교07?RD) 선수와 정재훈(연세대 스포츠 레저07?LW) 선수는 현재 다른 대학에서 활약하지만 대학 입학 전까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친구 사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나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내 같은 반이었다. 비록 서로 다른 학교에 진학했지만 그들은 아직도 제일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이병엽 선수는 수비수로, 정재훈 선수는 공격수로 활약하며 자연스레 파트너로 발전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서로 주장, 부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기도 했다. 이 선수는 “재훈이는 제일 친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말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경기장에서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병엽 선수와 정재훈 선수는 “링크장 위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선수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재훈이가 골을 넣었을 때 친구로서 매우 뿌듯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들은 끝까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병엽 선수는 “이번 정기전이 아이스하키 인생에서 둘이 맞붙는 마지막 시합이 될 수도 있다”며 “서로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선수도 “다른 팀이지만 친구를 응원한다”며 실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 U-20 대표팀 당시의 정재훈 선수(좌)와 이병엽 선수(우)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던 친구사이에서 라이벌이 된 경우도 있다. 원래 고향이 부산인 본교 야구부 김남석(사범대 체교07?내야수) 선수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재학 당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전준수(연세대 스포츠레저07?우익수) 선수의 집에서 2년 동안 함께 살았다. 지난 2008년 정기전에선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경기 도중에 본교와 연세다는 시비가 붙어 싸움이 일어났다.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로 나왔고 김남석 선수와 전준수 선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선수는 “뛰쳐나온 선수들 사이에서 준수와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서로 방향을 틀어서 다른 곳을 보며 싸웠다”며 “나중에 둘이 그 때를 회상하며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 청소년 대표팀도 함께 뽑혔던 전준수 선수(좌)와 김남석 선수(우)

 

서로 다른 학교에 진학했지만 친구와의 우정은 변치 않았다. 이상효(사범대 체교 08?플랭커)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박무현(연세대 체교07?LOCK) 선수와 함께 운동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 이 선수는 “사실 무현이 때문에 럭비를 시작했다”며 “경기장에서는 라이벌이지만 요즘도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 ‘다시 입학한다면 어느 학교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정재훈 선수는 “다시 입학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이 병엽이와 같이 다니고 싶다”며 “고등학교도 병엽이와 다니고 싶어서 옮겼는데 다른 대학교에 진학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 고등학교 재학 당시 일본 고등학교와의 교류전에서 이상효 선수(좌)와 박무현 선수(우)

 

라이벌 관계는 부자지간에서도 계속된다. 한재익(연세대 스포츠레져10?골리) 선수와 아버지 한인섭(경영학과 80학번) 씨는 부자지간이다. 한재익 선수는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보성고등학교 아이스하키부를 다녔지만 결국 연세대에 진학했다.

한재익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본교 아이스하키부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듣고 자랐다. 한 선수는 “제가 운동이 힘들다고 투덜거리면 아버지는 ‘고대는 정신력’이라며 자신의 합숙훈련 이야기를 종종 하셨다”며 “고대는 한 번도 진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한번도’는 아닌것 같다”며 웃었다.

비록 다른 학교 출신 선배인 아버지지만 선수로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롤 모델이다. 한재익 선수는 “당연히 내가 더 잘한다고 생각해 아버지와 경기를 했는데 아버지가 예전 실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셨다”며 “심지어 아버지는 아무런 무장을 하지 않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한인섭 씨는 본교 재학 당시 아이스하키 주장을 맡기도 했었다.

 

▲ 본교 아이스하키 주장 출신 한인섭(경영학과 80학번) 씨의 아들 한재익(연세대 스포츠 레저10·골리) 선수

 

한 선수의 연세대 진학이 결정되자 아버지의 고민이 시작됐다. 한인섭 씨는  앞으로 교우회에 못 나가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단다. 한인섭 씨는 “앞으로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훌륭한 선수로 활약할 아들의 모습에 벌써부터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재익 선수는 1학년이라 이번 정기전 출전엔 기회가 없지만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 선수는 “고등학교 땐 몰랐는데 입학하고 보니 정기전 출전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며 “고등학교 후배로서 운명의 라이벌인 아버지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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