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 준비로 선수들의 땀이 마르지 않던 7월 말 체육위원회 연수관 식당을 찾았다. 하루에 운동부 190여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이곳의 책임자는 조리장 최상순(여·62세) 씨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3시인데 식당은 분주했다. 한쪽에선 선수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할 계란과 감자를 조리하고, 다른 한쪽에선 저녁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최상순 씨는 운동부 선수 한명 한명을 아들같이 대하며 음식을 만든다.

최상순 씨는 텔레비전 드라마 속 ‘셰프’의 모습이 아닌 따뜻한 할머니의 모습과 더 비슷했다. 평범한 복장에 미소를 띤 최 씨는 올해로 연수관에서 근무한 지 4년이 됐다. 식당이 돌아가는 시스템은 그의 머릿속에 있고, 재료를 다듬고 양을 가늠하는 손짓과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최 씨를 포함한 총 4명의 조리원들은 보통 아침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근무한다. 선수단 식단은 하루 세끼와 간식, 특식으로 구성된다. 식단은 체육위원회 트레이너가 연중 각 시기별로 영양소를 조절해 정한다. 태릉선수촌처럼 종목별, 선수별로 다른 식단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음식만큼은 항상 정성을 다해 만든다. 최 씨는 “하루 종일 일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요. 일에서 얻는 보람과 선수들에 대한 애정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거죠. 교외에서 훈련할 때 식당에서 매번 밥을 사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땐 제가 직접 따라가서 음식을 해주고 싶어요”고 말했다.

한식이 전공인 최 씨는 가끔씩 삼겹살, 갈비, 닭튀김이나 탕수육을 특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런 특식이 제일 인기 있는 메뉴다. 최 씨는 럭비부 선수들이 제일 많이 먹는다고 설명했다. “특식이 제공되는 날이면 평소보다 퇴근이 한 시간 가량 늦어지지만 잘 먹었다고 인사하는 선수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라며 “정말 많은 양을 먹어서 어쩔 때는 제 스스로 놀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은 빈 그릇을 치울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고 말한다.

정해진 하루 식단만으로 부족한 선수들은 종종 밤에 외부 음식을 취식하거나 라면을 끓여먹기도 한다. 야간에 식당이 지저분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식 같은 선수들이 배고파 먹는 것이라 생각하니 식당이 더러워져도 뭐라 야단칠 수도 없어요. 아침에 와서 어지럽혀진 식기를 정리할 뿐이죠”

연수관 식당은 요즘이 가장 힘든 시기다. 더운 날씨와 고된 훈련, 고연전을 앞둔 긴장감까지 더해 선수들의 입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다가올수록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을 준비한다. 간혹 종목별 선수의 학부모가 신선한 재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와서 장어구이나 오리를 이용한 영양식을 만들기도 한다. 선수들은 경기가 다가오는 9월에는 생선과 야채 중심의 식사를 하고 경기 당일엔 된장국을 중심으로 가볍게 식사한다. 경기 전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한 식단이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운동부 학생들이 승리했다고 말하는 모습만 봐도 충분히 행복해요. 열심히 음식을 준비할테니 이번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두길 바라요”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