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의 시즌이 돌아왔다. 1929년 연·보전으로 시작된 연세대와의 친선경기는 여전히 양교생의 축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고연전은 라이벌학교와의 친선을 도모하는 경기가 아닌 두 학교의 우열을 가리려는 자리로 변화한 느낌이다.

과거 고연전은 고대생 모두가 주체가 돼 참여하는 축제였다. 1985년 9월엔 ‘8.15고연민족해방제’가 열렸다. 체육제 이외에도 학술제와 문화제, 방송제가 함께 열려 고대생과 연대생이 다양한 방법으로 친목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물론 지금도 총학생회와 학생단체에서 방송제와 몇몇 행사를 기획하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참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본 경기에 앞서 열리는 아마추어 고연전 역시 학생들의 관심 밖이다. 저녁때 열리는 프로야구 일정에 맞춰 고연전 개막식 시간이 오전 10시로 당겨져 아마추어 경기는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상황이다. 이는 경기를 하는 선수와 관람하는 관중들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고연전의 중심에 서 있는 양교의 운동경기는 우리의 친목을 다지는 수단이 돼야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 최근엔 고연전에 서는 심판을 섭외하는 비용이 1000만원이 넘고, 고연전의 승패에 따라 학교의 발전기금 액수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농담이 들려온다. 작년에는 축구부 감독이 심판을 매수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감독이 해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체육위원회는 공정한 판정을 위해 아이스하키 경기에 일본인 심판을 4명 섭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국 심판을 데리고 오고 심판의 수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 경기에 지운 ‘학교의 자존심’이란 부담을 조금만 덜어준다면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와 감독, 경기를 즐기는 양교생 모두 고연전을 보다 즐거운 축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고연전은 운동부 선수들의 경기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고대생 모두가 주인공이 돼 즐기는 축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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