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사퇴를 밝히고 말았다. 지난 주 유 장관의 자녀가 외교부의 5급 통상 전문계약직 특채에 단독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공간은 한바탕 격랑에 휩싸였다.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최상위 검색순위에 오르고, 네티즌의 과다한 접속으로 외교부 홈페이지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단 며칠 사이지만, 우리 사회의 고위층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매서운 지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사람들의 문제의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위 공직자가 지녀야 할 상식과 따라야 할 상궤를 지켜줄 것. 그리고,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만이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다. 외교부 장관 자녀의 특채의혹은 바로 이러한 믿음을 저버린 것이었다.

지난 달 중순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를 내놓았을 때 일각에서 ‘현대판 음서제도’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제기가 반대를 위한 우려가 아니라는 게 슬프게도 증명이 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감은 다시 깊어지고, 지난 8월 인사청문회가 남겨준 실망과 혐오가 다시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공정한 사회’를 내세웠다. 현대사를 지나오면서 이른바 국정기조는 참으로 역설적이었다. ‘정의사회 구현’을 외칠 때 정의는 멀리 있었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설 때 역사의 일부는 훼절되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정부당국이 의혹 수습에 서두른 것도 국민들 모두가 ‘공정한 사회’를 떠올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부가 먼저 제시한 구호지만, 국민이 현 정부를 지켜보는 매서운 잣대가 되고 있다. 공정한 사회, 남은 임기내내 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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