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이란 말이 익숙해진 본교생과 달리 사람들은 ‘연고전’이란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고연전, 연고전 모두 국어대사전에 올라가 있는 고유명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정기전을 ‘연고전’이라고 부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고대신문에서 그 이유에 관한 속설들을 찾아봤다.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더 우월해서?
일부에선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인지도가 높고 입학점수 등이 연세대가 우월해 연고전이라는 말이 대중화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입학 점수는 해마다 변하고, 학과마다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2009년 로스쿨 합격자 수는 본교가 더 많았지만, 2010년에는 연세대가 더 많았다. 또한 2009년 기준으로 조선일보에선 본교 순위를 연세대 순위보다 낮게 평가했지만 중앙일보에선 본교 순위를 더 높게 평가했다. 세부 항목에 따라 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200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연세대가 교육여건 및 재정에서 부분에서는 46.3점으로 본교보다 7점 높다. 하지만 평판 및 사회진출 부분에서는 본교가 100.56으로 연세대보다 13.95점 높았다. 모 입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선호도의 차이는 있지만 특별히 어디가 우월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고시 합격률, 사회 진출 평판도로 볼 때도 고려대와 연세대는 엇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사례는?
해외에서도 명문 대학끼리 대항전을 갖는다. 영국 캠브리지(Cambridge) 대학교와 옥스퍼드(Oxford) 대학교의 대항전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항전을 두고 영국인들 대다수는 Ox-bridge라고 부르지만 두 학교 학생들은 각각 Cam-ford와 Ox-bridge 라고 부른다. 또 일본의 와세다(早稻田)대학과 게이오(慶鷹)대학 양교의 대항전을 주로 소케이센(早慶戰)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와세다 학생들은 소케이센(早慶戰), 게이오 학생들은 케이소센(慶早戰)이라고 부른다.

발음의 문제일까?
연고전이 발음하기가 쉽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연고전’은 자음 역행동화가 일어나는 단어다. 여기서 생기는 연구개음화 현상 때문에 사람들은 [연고전]이 아닌 [영고전]이라 발음한다. 사람들은 [영고전]이 [고연전]보다 발음하기 편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단어 사이에 편의성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설명한다. 신지영(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음운학적으로 연고전이 [영고전]으로 발음된다고 해서 고연전보다 발음하기 편하다고 할 학술적 근거는 없다”며 “대중에게 연고전이 노출빈도가 높아 그 말이 익숙해져 발음이 편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고전’을 더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일간지 등 언론에서 정기전을 지칭할 때 ‘연고전’이란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네이버 뉴스 검색에선 연고전이 609건, 고연전이 428건(8월 20일 기준)으로 나온다.
연고전의 노출빈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정기전의 시작과 관련 있다. 본교가 보성전문학교였던 1945년 12월에 정기 대항전의 씨앗이 된 ‘제1회 연∙보OB축구전’과 ‘제1회 연∙보OB농구전’이 열렸다. 이어 1946년 5월에는 ‘제1회 연∙보 정기축구전’이 열렸다. 1958년부터 본교는 대항전의 이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본교가 주최일 때는 ‘연고전’, 연세대가 주최할 때는 ‘고연전’으로 부르기로 한 뒤 현재까지 그것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첫 10년 정도 정기전의 이름이 ‘연고전’으로 불려 관습적으로 ‘연고전’이란 표현이 굳어졌다고 한다.
비록 시작은 ‘연고전’일지라도 앞으로 고려대의 이름을 앞세운 ‘고연전’을 더 많이 쓸 날을 기대한다.

자음역행동화(子音逆行同化)= 인접한 두 자음 중 앞의 자음만이 바뀌어 소리나는 현상
연구개음화(軟口蓋音化)=자음과 자음이 만날 때 뒷혓바닥이 여린입천장 쪽으로 올라가면서 소리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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