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농번기에 시골에 내려가 일손을 돕는 봉사에서 벗어나 문화공연과 전시 등을 선보이는 문화자원봉사활동(문활)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문활은 기존의 농활의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970~80년대의 대학생은 대부분 농촌 일을 경험하며 자란 세대라 농촌에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의 대학생은 농사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며칠간의 짧은 농활기간은 농촌 일을 익히기에도 부족하고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 생겨난 것이 문활이다. 문화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골에 내려가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봉사를 하고 끼를 살려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촌에 문화를 전달하는 것이 문활의 핵심이다. 본교 사회봉사단 이환 과장은 “문활은 대학생이라는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 나눔의 실천
문화예술나눔봉사단체 아트앤쉐어링(Art & Sharing, ANS) 역시 농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만든 봉사단체다. ANS는 문화 예술의 가치에 기반을 둔 창조적 나눔 활동을 벌이며 비영리 봉사 단체로 다양한 전공을 가진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단체를 운영한다. ANS는 예술 교육과 공연 예술, 시각 예술이라는 3가지 주제를 기본으로 매 학기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봉사 장소와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들은 지난 5월 고등학생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정심여자정보고등학교(안양소년원)에서 비보이 공연과 모던락 공연을 주관했다. 소녀의 감성을 자극 하는 봄이라는 계절적 성격을 감안한 이 공연은 학생과 학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송화숙 정심여자정보산업고 교장은 “세상의 따뜻함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는데 공연이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이 됐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ANS는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다른 봉사단체와 달리 예술의 결핍에 초점을 맞춰 나눔의 대상을 선정하고 행사를 기획한다. 특히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지난 5월 말에는 양로원에 벽화를 그리고 재활원 아동을 위한 자선 연주회를 주관했다. 또한 요양 병원의 노인의 꿈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전시회와 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지방 분교 어린이와 함께 예술 캠프를 열었다. ANS 회장 김진호(경영대 경영04) 씨는 “예술을 나누는 것은 단순한 봉사를 통한 나눔과는 다르다”며 “예술이 사람에게 주는 감동과 가치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문활을 진행하는 단체도 있다. 미대생 및 전공자와 아마추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젊은 아티스트 중심으로 이뤄진 문화통신사는 농촌에 예술을 전파한다. 일방적인 문화 호혜활동이 아니라 서로가 소통하는 쌍방향 문화교류를 지향한다. 이들은 영덕을 찾아 사라져가는 전통 놀이와 문화를 전수받으며 전통 문화의 맥을 이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8월엔 영덕 인량리 한옥마을에서 인량리의 문화자원인 고택과 전통문화를 접목시킨 ‘한옥예술제’를 열었다. 한옥이 가진 공간적 특성에 젊은 아티스트들의 예술적 상상력이 더해진 의미있는 행사가 됐다. 예술제를 기획한 프로젝트 매니저 류재현 씨는 “한옥은 문화예술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특성을 가졌다”며 “특히 미음(ㅁ)자 모양인 인량리의 한옥은 대청마루에 둘러앉아 전시와 공연을 관람하기에 적합한 최상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예술제와 함께 사진전이 열렸는데 그 중 작품 몇 점은 마을에 영구 전시됐다.

 

아트앤쉐어링은 강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시립 양로원의 벽화를 제작했다.  (사진=ANS제공)

 


 

 

 

 

 

 

 

 

 

 

 



◆정부의 지원과 장려
문활은 대부분 학생들의 자발적인 시도로 이뤄지지만 정부 차원의 육성 노력도 한 몫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5월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농어촌’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 일환으로 문화 배달부 사업을 시작했다. 문화 배달부 사업이란 대학생들이 지정된 농촌을 월 2회 이상 방문해 세대간, 지역간 문화 교류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문화 배달부로 선발된 대학생들은 농촌을 찾아가 일손을 돕는 것은 물론 문화적 재능을 살려 마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거나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등의 문화활동을전개했다. 광운대 학생 4명으로 이뤄진 ‘No틀’ 팀은 문화배달부 2기로 선발돼 통영 매물도의 마을 두 곳에 다녀왔다. ‘No틀'은 각 가정을 방문하는 가가호호 방문프로그램을 기획해 매물도에 문화배달부 활동을 소개했다. 또한 당금마을과 대항마을 주민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매물도만의 달력을 제작했다. 마을 주민을 직접 만나 친밀감을 쌓고 사진전을 열어 추억을 나눴다. ‘No틀’ 팀장 김귀성(광운대 전자공학과06) 씨는 “전자공학이란 학과 특성상 대외활동이 적었던 터라 뜻깊은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며 “이번 활동을 통해 또 다른 고향을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화 배달부 사업 외에도 정부에선 문화이모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강진과 경북 영덕에서 진행 중인 문화이모작 사업은 농촌에 문화의 물꼬를 트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진은 농촌마을의 예술적 재해석을, 영덕은 농촌마을과 젊은 세대의 접점 모색을 주요 테마로 삼았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농촌문화기획단(농문단)은 문화이모작 사업의 세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다. 농촌의 노년층 가구에 대학생이 손자손녀가 돼 문화 효도를 실천하는 ‘1가 1손’ 캠페인과 어르신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유모茶방’은 대표적인 문화이모작 프로그램이다. 1가 1손 캠페인은 농문단 3~5명이 한 가정에 손자, 손녀가 되어 한 달에 한 번씩 영덕을 방문해 함께 문화 활동을 하고 지속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현재 인량리 마을 11가구와 농문단 45명이 결연했고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배달부 <문화마차> 팀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양초를 만들고 있다.  (사진=문화배달부)

 


 

 

 

 

 

 

 

 

 

 

 

 

◆문화로 맺은 인연의 지속돼야
문활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이다. 문활은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지만 보여주기에 그친다거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배달부 활동의 주관을 맡고 있는 씨씨코리아(CC Korea)의 강현숙 실장은 “학생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워크샵을 진행하고 팀마다 멘토가 둔다”며 “지역과 관련되거나 문화 활동 경험이 있는 멘토가 적합한 프로그램 선정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농문단은 1가 1손 캠페인을 추진해 이러한 한계의 극복을 꾀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인량2리 박윤식 이장은 “지금은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내려오지만 거리도 멀고 학생들도 바쁘니 사업이 끝난 뒤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오히려 어르신들에게 상처주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ANS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술나눔을 펼쳤던 수혜자 목록을 자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리해 계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벽화는 완성 후에 해당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연락해 손상 상태에 따라 보수하기도 한다. 또한 지속적인 사업 개발에 주력하는 방법을 통해 봉사가 갖는 일회성을 극복하려고 한다.

봉사 활동에 대한 대학생 사회의 관심이 높은 만큼 다양한 형태의 봉사 활동이 등장하고 있다. 문활은 보다 실질적인 봉사 활동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문활이 가져올 긍정적 변화의 열쇠는 대학생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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