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과 10일 본교 백주년삼성기념관에서 ‘한반도 통일론의 재구상’ 학술회의가 열렸다. 본교 민족문화연구원(원장=김흥규)과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원장=이수훈)가 주관한 이번 회의에는 김형찬(문과대 철학과), 곽준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김현미(연세대 인류학과), 이남주(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박성규 문과대학장은 축사에서 “탈냉전 시대가 되면서 한반도 분단의 의미가 부각됐다”며 “이번 회의가 한반도 통일의 이론과 현실을 다루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한반도 통일론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는 △역사․인식 △정치․경제․시민사회 △문화․예술․미디어 △동북아 질서․한반도 평화 체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부 역사와 인식
1부에서는 통일의 방법론과 평화 통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김형찬(문과대 철학과) 교수는 통일이 남한과 북한이 가진 내적 문제와 서로간의 갈등, 충돌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갈등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통일은 한반도를 넘어 인류 전체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당위성과 정당성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발표에서 정영철(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통일이 평화적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평화운동이 가지는 거대한 동력과 긍정성을 포섭하지 못하고, 평화 자체를 통일에 부속된 하나의 구호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평화통일 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2부 정치․경제․시민사회
2부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정치, 경제, 시민사회영역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근식(경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해외 통일 사례를 예로 들면서 정치영역에서 통일이 이뤄지기 전에 미리 남북이 상호 인정과 이해의 훈련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일과 예맨처럼 상호인정과 공존, 상호변화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한 쪽의 힘에 의한 일방적 통일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에 적합한 시민사회의 모습에 대한 찬․반논의도 있었다. 이우영(북한대학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의 시민사회는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다층적”이라며 “이런 현상은 남북교류 정책과 인식의 변화가 충분한 합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윤인진(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교수는 남북교류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통합 과정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제3부 문화․예술․미디어
3부에서는 언론의 통일담론과 남북문화교류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송현주(한림대 언론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이 민주화 이후 권력의 절대자 역할을 해 보수․진보 진영을 이념적으로 대립화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의 이념적 성향이 양극화돼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교수는 “통일을 위해선 언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 문화교류에 대한 발표를 맡은 김재용(원광대 국문학과) 교수는 겨레말큰사전을 남북문화교류의 성공적인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함께 만든 비민족주의적 통합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족주의에 입각한 단순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의제나 쟁점을 부각시키고 서로 다른 점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복합통합이 남북교류의 지향점”이라고 소개했다.

제4부 동북아 질서․한반도 평화체제
마지막 순서로 동북아 경제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이남주(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두만강유역개발사업을 비롯한 사례를 예시로 들면서 남북 협력이 동북아 협력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두만강개발과 같은 남북경제협력은 동북아 경제협력의 촉진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이런 교류협력은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방향에 대해 구갑우(북한대학원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반도 내부의 변수에 따라 한 국가로 합쳐지거나 두 국가로 공존하게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구 교수는 “통일이 일어나도 통일국가의 형태는 선험적으로 결정되지 않기에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과 태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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