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럽게 비를 뿌리던 뉴욕에 햇살이 찬란하던 지난 7월 31일. 센트럴파크를 가로지르다 멀리 ‘Rice Cake’이라 써진 천막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갔더니 한국음식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제1회 한국의 날(Korea Day)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의 날’은 미동부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회장=유지성)가 외국인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한국음식 시연과 음식만들기, 한국문화체험, 무대공연이 함께 열렸다. 한국의 날 행사는 센트럴파크에서 처음 열린 한국 관련 행사로 지난해 11월부터 한국문화원과 농수산물유통공사가 함께 준비해 온 결실이다. 행사를 기획한 김태한 씨는 “센트럴 파크 중앙에선 일본과 관련된 행사도 아직 열리지 않았다”며 “이번 행사로 이곳을 오가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루이자(Louisa) 씨와 알렉스(Alex) 씨가 자그맣게 부친 김치전을 포크로 잘개 잘라서 먹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gee@kunews.ac.kr)

이날 행사엔 나들이 나온 뉴욕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져 성황을 이뤘다. 가장 중심이 된 것은 한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부스였다. 떡볶이와 김치전, 잡채, 제육볶음과 같이 다양한 음식이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루이자(Louisa) 씨는 손바닥 크기로 작게 부친 김치전과 부침개를 포크로 잘라먹고 있었다. 그녀은 “한국 음식은 처음 먹어봤는데 김치전은 팬케익과 비슷하다”며 “쫀득거리는 식감이 좋다”고 말했다. 미동부세계화추진위원회 이희향 씨는 “비빔밥, 불고기, 잡채는 이미 아는 사람도 많았다”며 “외국인이 의외로 매운 맛을 즐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직접 한국 음식을 만드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떡 부스 앞에선 건장한 외국인 남성 두 명이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떡메를 쳤다. 떡메치기 현장을 둘러싼 사람들은 쌀이 떡으로 변하는 과정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설프게 떡메질을 하던 두 청년이 물러나고 한국인이 능숙한 솜씨로 떡메질을 시작하자 멋쩍게 웃기도 했다. 그 밖에 김치만들기와 송편빚기 대회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이 메친 떡은 바로 뒤에 있는 부스에서 콩고물을 묻혀 인절미로 만든다.(사진=임지혜 기자 gee@kunews.ac.kr)


전통적인 한식 이외에도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퓨전 음식이 선보였다. 그 중 현지인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음식은 불고기 타코다. 불고기 타코는 이미 대중화된 멕시칸 음식인 타코의 속을 불고기로 채워 또띠아로 말은 음식이다. 옥수수로 만든 보통의  또띠아와 달리 쌀로 만든 또띠아를 사용한 것 특징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농업의 큰 문제인 쌀 재고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안이란 전망도 나왔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이유성 지사장은 “이번 행사는 쌀 또띠아에 대한 현지 반응을 살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본격적으로 쌀 또띠아를 시판하게 되면 국내 쌀 재고량을 상당히 소비할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장구배우기와 한복 입어보기 부스 역시 큰 호응을 받았다. 장구를 처음 잡아본 외국인들은 장구채를 잡는 것 조차 어색해 했지만 이내 쿵딱거리며 즐거워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많은 관심을 받은 한복입기 행사 (사진=임지혜 기자 gee@kunews.ac.kr)



중앙 무대에선 태권도, 국악 현대무용, 재즈, 클래식, 힙합 공연이 이어져 행사장 분위기를 북돋았다.

미동부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식의 세계화에 꾸준히 힘쓸 계획이다. 이미 많이 알려진 중국음식과 일본음식과 달리 한국음식은 현지인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편이다. 하지만 한국음식은 건강식으로 소개되고 있어 앞으로 전망이 밝다. 한국의 날 행사를 담당한 이희향 씨는 “비빔밥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좋아해 미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강식이란 점을 강조해 한식을 홍보하면 조만간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미동부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는 오는 추석연휴동안 맨하탄 32번가 퍼레이드에 참여해 한식을 홍보하고 시식하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