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 개의 갤러리가 몰려있는 뉴욕 첼시에선 다양한 현대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 중 하나인 ‘블랭크 스페이스(Blank Space)’는 젊고 실험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이 주로 전시되는 곳이다.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이 작년 5월 문을 연 블랭크 스페이스는 지금까지 12회의 전시회가 열렸다. 현재는 이나나(NaNa Lee) 실장이 이곳을 담당하고 있다. 미술과 패션을 공부한 이 실장은 블랭크 스페이스를 맡은 뒤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조니 디타이거의 <KALEIDOSCOPIC ADVENTURES>. 가운데에 미러볼이 돌면서 다양한 색이 투영돼 벽에 비친다. (사진=신정민 기자 mini@)
7월 말 고대신문이 방문했을 때는 블랭크 스페이스에서 조니 디타이거(Jonny Detiger)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색의 플라스틱판을 세워 미로처럼 만들고 그 안에 빛을 투영시킨 작품이었다. 빛의 각도와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색은 나타나고 없어졌다. 당시 전시는 일반 전시와 달리 갤러리 자체를 작품으로 구성한 인스톨레이션(Installation)이었다. 이 실장은 “블랭크 스페이스는 실험적인 요소를 중시한다”며 “갤러리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직접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지 큐 역시 지난해 7월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수지 큐와 이나나 실장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이기도 하다. 당시 수지 큐의 전시회 주제는 그녀의 작품의 성격을 잘 반영한 ‘썸머가든(Summer Garden)’이었다. 갤러리를 작은 정원처럼 꾸며 갤러리 바닥엔 꽃밭을 조성하고 작은 집 모형을 설치해 자연을 거니는 느낌을 재현했다.

블랭크 스페이스는 매달 미술, 패션, 문화를 한 곳에 모아 새로운 전시를 연다. 오늘도 전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은 첼시의 빈 공간에 꿈을 채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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