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수)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전국규모의 체육대회로 1981년 시작된 이래 매년 개최돼 올해로 23회 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이 올해로 84회를 맞는 것과 비교해보면 대회 횟수에서나 대회 규모, 대회성적 면 등에서 전체적으로 뒤떨어진다.

대회자체 뿐만 아니라 대회 홍보, 관심도, 관중수 등을 비교해 봐도 장애인체육대회가 여타 다른 대회들과는 달리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체육대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않아도 자신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장이기에 장애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가장 크고 소중한 연례행사다.


지난 16일(금) 천안 종합경기장에서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차도 양쪽으로 대회 깃발이 걸려있고, 이번 행사를 안내하는 조형물들이 서 있었지만 경기장 주변은 언론의 보도만큼이나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 날은 3일간의 대회일정 중, 마지막 날로 축제의 마지막 장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도 경기는 남아있다는 것을 알리듯 간간이 함성소리와 선수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3일간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는 휠체어농구, 좌식 배구, 축구, 양궁 등 17개 종목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1천 5백여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러 올만도 한데 경기장 내에는 보호자 등을 제외하고는 경기를 관람하러 나온 비 장애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말 그대로 장애인들만의 축제여”라는 한 장애인 아저씨의 말처럼 단지 장애인들만의 대회인 것처럼 비춰졌다. 그렇지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선생님의 손을 붙들고 경기장을 찾아온  어린 학생, 아이들의 모습에서 작은 희망은 남아있었다.


주 경기장에서는 △창던지기 △해머던지기 △800M 달리기 등이 열리고 있었다. 넓은 운동장 안에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열기는 일반인 이상이었다. 특히, 휠체어를 타고 800M를 역주하는 절단 장애인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오후 1시 천안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는 정신지체 장애인 학교부 남자 11인제 축구 결승전을 위해 선수들이 준비하고 있었다.

 
결승에 진출한 팀은 강원도 춘천의 동원학교와 경상북도 안동의 영명학교였다. 선수들은 각 학교에서 나온 응원단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운동장 안으로 들어섰다. 열렬한 응원만큼이나 그들의 각오도 비장해 보였다.


경기 내내 출전선수들은 그들이 장애인이라는 것도 잊을 만큼 열심히 뛰었다. 그러나 줄 곳 실수를 많이 범했고, 연습한 것 이외의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하는 등 비 장애인들의 경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럴수록 양 팀 감독들은 답답한 마음에 선수들을 향해  목청을 돋우었다.


“승민아 공격 들어가” “상진아 수비 내려가야지” “야, 11번 맡아” 전반 내내 감독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만 경기장을 메울 뿐 기다리던 골을 터지지 않았다.


득점 없이 끝난 전반전. 선수들은 벤치로 돌아와 후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감독은 선수들을 격려하며 작전을 쉴새없이 설명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감독의 작전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단지 감독의 진지한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면서 연신 “네”“네” 를 반복할 뿐이었다. 감독도 그들의 심정을 알았는지 더는 재촉하지 않고 선수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격려해주었다.


후반전, 각 팀 응원단들은 다시 한번 큰 목소리를 낸다. 응원단 사람들은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누가 우세한지 모르지만 계속 “화이팅”이라고 소리만 지른다.


후반 15분,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바로 안동 영명학교 15번 최재용 선수의 골이었다. 골키퍼가 점프만 제대로 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슛이었지만 춘천 동원학교 수문장에겐 버거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마지막 반격을 시도하던 동원학교의 공격을 잘 막아 낸 영명학교에게 승리의 영광이 돌아갔다.

경기가 끝난 후 양 팀 선수들은 언제 서로 치열한 경기를 펼쳤냐는 듯 서로를 축하하며 관객들 앞으로 나와서 함께 인사했다. 경기는 안동의 영명학교가 승리했지만 모두가 함께 승리자가 된 경기였다. 물론 경기에 져서 우는 선수도, 경기에 이겨서 웃는 선수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잠시였다. 경기를 관람하던 관객들도 양 팀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경기 결과에 연연해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비장애인인지 장애인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경기를 펼쳤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말을 해도 잘 못 알아들어요. 그래도 얘네들한테는 이기는 것보다 뛴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요”라는 한 축구부 감독의 말처럼 단지 선수들에게는 이렇게 경기가 있다는 것이 즐겁고 기쁠 뿐이었고 관중들에게는 경기를 보며 자기 팀을 응원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처럼 보였다.

축구경기가 끝난 후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행사인 남녀 단축마라톤이 열렸다. 비 장애인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종목인 만큼 마라톤을 뛰는 선수들이나 응원하던 사람들 모두 한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중간에 포기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환호를 받았다.

마라톤 경기가 끝난 후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3일간의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막을 내렸다. 한 자원봉사자는 “사회 속에 가려져 있던 장애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로 이번 대회를 평가했다. 비록 언론에 의해 크게 보도되거나 많은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남기고 이렇게 장애인들의 축제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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