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가 상영 중이다. 아직은 보지 못했지만 곧 영화관을 찾을 생각이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좋다. 그의 영화는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무지몽매한 사람도 느끼는 게 많은, 그런 유형의 영화다. 

홍상수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술에 취해 여자 주인공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감독은 그걸 보는 관객들에게 남자의 말이 단순히 ‘너랑 자고 싶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인식시킨다. 어색한 억양에 미묘하게 떨리는 말과, 게슴츠레하고 어떤 목표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눈빛은 저 말에 담긴 고전적인 로맨틱함을 일순간에 소멸시킨다. 남자든 여자든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을 게 분명한 관객들은 어색한 웃음을 짓는 것 외에는 다른 반응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감성은 홍상수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며 견고하고도 불편한 세계관을 형성한다.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상수 감독은 “허구적인 것, 잘 짜인 수사로 현혹하는 말, 미래를 약속하는 말들, 그런 것을 깨부수려면 가까이 있는 것을 집중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깨부수고 난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시하진 않는다. 남녀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허구적이지 않은지, 어떤 말을 나눠야 서로를 현혹하는 게 아닌지, 어떤 단어로 얘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감독이 도대체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과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는 연애를 하고 있거나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로맨틱한 감성이나 위안 이상의 어떤 도움을 준다. 한 평론가는 피조물을 보는 애정이 보인다는 뜻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두고 ‘신의 웃음’이 깃든 영화라고 했다. 실제로 감독은 줄곧 “그래도 나는 내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귀엽다”고 말한다. 그래, 우리도 서로의 추한 모습을 보고 이러저러한 정의에 휘둘리면서도 서로를 귀여워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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