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가 많은 세상이다. 신문은 대학을 평가하고 대학은 강의를 평가한다. 이런 평가의 ‘좋은’ 결과가‘훌륭한’ 교수와 강의를 증명할 수 있을까. 논문을 조금 덜 쓰고 학생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교수보단 업적이 많은 교수가 좋은 교수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해야 하는가. 고대신문이 대학 안팎의 획일적 지표평가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언론사 대학평가 : 잣대가 많아도 여전히 불분명
일간지 평가는 긍정적인 효과와 문제점을 동시에 가진다. <조선일보>는 2008년 대학평가를 시작할 당시 “대학의 경쟁력은 그 나라의 인재 수준을 결정해 그 나라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며 “국내 대학의 국제경쟁력과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 대학평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의 의도와 달리 대학을 서열화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대학은해당 언론사에 광고를 주거나 그 평가방법에 맞춰 대학을 운영하려 들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대학 평가의 이런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대학 교수의회 모임인 서울 8개 대학 교수 협의체 연합회(교수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언론사 대학평가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도 대학행정책임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끌려 다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언론사 대학평가가 △평가기준의 타당·공정성에 상관없이 결과가 절대적이고 △언론사는 언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 평가를 수익사업으로 활용하며 △언론 평가로 서열화된 결과 때문에 대학이 그 평가 지표를 대학경영 관리지표로 삼아야 해 피해가 심하다는 점을 들어 언론사 대학평가를 비판했다. 교수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오늘날 국내·외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역기능적”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에 참여한 박진우 본교 교수의회 의장은 “일부 언론에서 연구능력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해 포스텍과 카이스트, 서울대를 국내 1~3위로 평가했는데, 이들 대학은 해당
대학을 세운 기업이나 정부가 연간 수천억 원 씩 지원하는 대학”이라며 “본교와 연세대 같이 학부생 수가 많고 등록금에 많이 의존하는 대학과 그들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평가의 목적이 대학을 단순히 줄 세우는 것이 아닌 대학본부의 실무자가 깨닫지 못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있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강의평가 : 조사는 의무, 평가는 형식
평가는 학교 안에서도 이어진다. 매 학기 학생들이 하는 강의평가 역시 강의의 질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학생들은 성적확인을 하기위해 모든 강의를 평가해야 한다. 필요 앞에 의무감만 앞서다 보니 인정과 다급함이 답변을 대신한다. 이런 강의 평가엔 무슨 의미가 남아있을까. 조은지(문과대 노문09) 씨는 “설문 결과에 따라 뭔가 개선되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아서 보통 정을 생각해 긍정적으로 답하는 편”이라며 “교수님께 피해 안가면 그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평가가 각 학부의 성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은 수업내용이나 방식에서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위해선 평가문항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교 교수의회는 지난 1학기에 강의평가 항목이 각 학문의 특성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학교 본부와 개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박진우 교수의회 의장은 “이공계열은 실험수업이 있으므로 관련 질문을 만들어야 하고, 인문사회계열도 학문 특성에 맞는 질문을 해야 한다”며 “각 학년마다 강의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므로 학년 별 문항도 세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경수(강사·문과대 철학과) 씨는 “학문의 특성에 따라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겠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되므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교 측이 강의평가 결과를 토대로 매 학기 제시하는‘강의평가 분석 보고서’ 역시 결과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마저도 2009년 2학기부터는 분석을 하지 않고 있다. 본교는 2007년부터 강의 평가 결과의 통계수치를 본교 홈페이지(korea.ac.kr)에 공개했다. 보고서는 문항과 답 사이의 관계는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설문결과만 나열했다. 각 평가항목에 답한 사람이 몇 명인지를 강사의 직급과 학생의 성별, 학번 별로 나눠 각 단위별 평균을 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배우고픈 지식을 얻을 수 없었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만 제시했을 뿐 왜 그런 응답이 많이 나왔는지에 대한 고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부정적인 강의
평가를 한 학생이 평소에 열심히 공부했던 학생인지,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학생인지에 대한 정보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학적수업지원팀 주임 김귀숙 씨는 “강의평가 분석 보고서는 학생들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 통계적으로 정리하는 수준”이라며 “질문과 답변 사이의 연관성이나 답변이 나온 배경에 대한 조사는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교는 지난해 2학기부터 ‘강의평가 분석’마저 하지 않는다. 분석 결과에 대해 괜한 오해를 살까봐 분석하지 않는다는 관계자의 말도 들린다. 학교는 학생과 교수에게 질문지를 보여준다. 대답하는 이와 그걸 읽는 사람은 계속 서로를 오해할 수밖에 없다. 모든 평가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소중한 준거 자료로 활용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의, 대학의 평가들이 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평가란 과연 무엇인지 물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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