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향신문>이 ‘대학지속가능지수’를 발표하면서 대학평가를 하는 국내 언론사가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를 포함해 모두 3곳이 됐다. 이들 모두 대학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학평가를 실시한다고 내세우지만, 언론사마다 ‘좋은 대학’을 판단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고대신문이 각 언론사의 대학평가방식 및 기준을 분석해봤다.

<경향신문>은 대학의 교육 기능을 강조했다. <경향신문> 대학평가를 대행한 ‘경향신문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는 교육이 제대로 진행돼야 그 대학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은 평가항목의 비율에도 반영됐다. <경향신문>은 교육 영역에 37.5%를 할애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문의 평가지표도 24개로 세분화했다. 이중 ‘학생만족도평가’란 학생설문을 통한 지표가 11개였고, 이외에 △교육여건 △국제화 △등록금 관련 지표가 있었다. <중앙일보>가 11개 항목, <조선일보>는 교원 당 학생 수만 평가해 대학의 교육수준을 판단하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학생생활만족도 조사를 보면 <경향신문>이 다른 신문 평가와 달리 학생의 만족도를 중요시했다. <경향신문>은 해당 대학에 학생 500명에게 자신이 속한 대학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른 언론사가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만을 사용한 것과 다른 이례적인 평가방법이다. ERISS 안치용 소장은 “설문조사로 교육의 소비 주체인 대학생과 학교의 소통의 실상을 파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심성원(문과대 인문10)은 “대학마다 적절한 기준은 분명 다르다”며 “질문지의 기준을 좀 더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 분야 평가에서도 <경향신문>은 논문 수와 논문 인용 수를 반영하는 다른 언론사와 달리 교수의 저서∙역서를 비중있게 반영했다. 이로 인해 다른 언론사의 연구 부분에서 1위와 2위를 다투던 KAIST와 포항공대(POSTECH)는 <경향신문> 평가에선 20위와 21위에 머물렀다. 한편<조선일보>는 논문 수와 논문 인용 수에 각각 15%와 30% 비중을 둔다. <중앙일보> 역시 연구비 지원과 논문 수, 논문 인용 수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지적재산권과 기술이전료 수입과 같은 지표들도 평가항목에 포함했다.

한편, <경향신문>에서 발표한 대학평가에선 △교육 △연구 △진로 △소통∙형평 △편의로 나눠 부문별 순위만을 발표했다. <경향신문>은 종합순위를 따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은 없고 교육을 가장 잘하는 대학이나 연구를 가장 잘하는 대학만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대학의 연구 수준에 가장 중점을 둬 대학을 평가한다. <조선일보>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고 간주한 것이다. <조선일보> 측은 “대학의 학문적 성과가 우수 교수와 학생 유치의 원동력”이라며 “높은 연구 수준이 대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연구 영역에 60%의 비중을 두는 <조선일보>와 달리 <경향신문>은 25%, <중앙일보>는 30%의 비중을 둔다.

연구 영역의 세부적인 지표에도 차이가 있다. <조선일보>는 ‘학계 평가’를 30% 반영한다. 학계 평가는 아시아 대학에 대해 잘 아는 전 세계 학자 2417명(2009년 기준)이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아시아 대학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선일보> 측은 “대학이 얼마나 수준 높은 연구를 했는가를 측정하기 위해선 논문 숫자 이외의 평가가 추가로 필요해서 학계 평가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학계평가는 평가의 객관성에 관한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한재민 기획예산처장은 “아무래도 학계 평가엔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된다”며 “학계평가 이외에 객관성을 확보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제일 큰 특징은 평판도 및 사회진출도에 비중을 많이 둔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평판도 및 사회진출도를 27.5%로 반영하지만 <조선일보>는 10%, <경향신문>은 18.75%를 반영한다. <중앙일보>가 이 영역에 비중을 많이 둔 이유는 현재 해당 대학에 대한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강홍준 팀장은 “기업이나 사회 각계에서 필요한 인재를 어느 대학에서 배출하는지 알기 위한 조사 과정”이라고 말했다.

3개 언론사 모두 각기 다른 세부지표를 가지고 비율을 달리해 대학을 평가했기 때문에 언론사별로 평판도 및 사회진출도에 따른 점수도 각기 다르다. <중앙일보>의 평가에선 △졸업생 채용시 원하는 대학 △졸업생 자기계발능력 △발전가능성 높은 대학 등 7가지 지표를 설정해 기업 인사담당자(600명 내외), 교육계 예술 단체 (45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반면 <조선일보>는 전 세계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유능한 사원의 출신 대학을 최대 40곳까지 뽑아달라'는 질문서를 보내 대학의 평판도와 사회진출도를 평가한다. <경향신문>은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 대신 학교가 인턴십 프로그램 유치와 같은 학교의 학생 진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반영했다. 이 지표에 따라 본교의 순위가 <중앙일보>에선 국내 1, 2위를 선점하지만 <조선일보>의 평가에선 본교가 국내 10위안에 진입하지도 못했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2010년부턴 <중앙일보>는 평판도 비중을 27.5%에서 16.25%로 축소하고 교육 여건 및 재정 분야의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또한 3.75%를 차지하던 국가고시 합격률과 상장업체 임원 수 지표도 2010년부터 모두 생략하기로 했다. 현재 중앙일보 대학평가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재민 기획예산처장은 “평판도와 같은 지표들은 주관이 많이 개입될 위험이 있고 기존 명문대들이 유리한 과거부터 계속 누적된 지표들이라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개 언론사 모두 국제화 수준 평가에 외국인 교원, 학생비율과 교환학생 비율을 반영했으며 <중앙일보>는 추가로 영어강의 비율을 넣었다. <중앙일보>에서 평가한 본교의 국제화 순위는 2009년 기준 13위이다. 이는 본교의 외국인 교수, 학생 비율이 각각 26위, 48위임에도 영어강의 비율 순위가 4위이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국제화 수준 부분을 교육 영역에 포함시켜 순위를 매겼다.

한편, 국내 언론사 대학평가는 1994년 <중앙일보>가 처음 시작해 현재까지 매년 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학평가를 시작할 때 <중앙일보>는 미국의 U.S. News and World Report(이하 U.S. News)의 방식을 참고했다. U.S. News는 1987년부터 대학평가를 시작했고 평판도 조사와 함께 객관적 지표를 포함했다. <조선일보>는 QS(Quacquarelli Symonds)와 함께 2009년부터 아시아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경향신문은 이번이 첫 대학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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