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이 보이는 희토류에 대한 태도가 노키아의 사례를 연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는 2010년 시가 총액이 애플의 1/8수준으로 쪼그라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수년 전, 피쳐폰으로 시장을 장악했던 노키아 경영진이 자사 연구진들의 목소리를 묵살해버리고 당시 제조 단가가 비싼 스마트폰을 사업 목록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눈 앞의 이익과 관료주의에 사로잡혀 기술 개발의 필요성과 시장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 결과라 하겠다.

한국은 희토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원료 사용량은 2005년 7431톤에서 2009년 2656톤으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EU와 미국 등 주요 희토류 수요국가들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추세다. 한국은 희토류 소비분야는 자동차와 반도체로서 일본과 유사하지만 일본의 희토류 연간 소비량 대비 1/19 수준에 불과할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

양국의 희토류 소비규모가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에서 희토류 원료를 수입하여 각종 핵심 부품·소재를 생산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희토류로 만들어진 반제품 및 완성된 부품·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위치에 있다. 둘째, 2000년대 중반까지 희토류의 국제거래 가격이 헐값으로 형성되었는데도 한국은 자체적인 희토류 부품·소재개발은 소홀히 한 채, 완제품 생산에 용이한 일본의 부품·소재를 수입하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셋째,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희토류 응용 부품·소재에 대한 양국 간의 기술적인 격차가 급격히 커져서 해당 분야에서의 기술경쟁력을 잃은 것도 이유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결국, 한국의 첨단산업 및 녹색기술이 성장해 갈수록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부품·소재분야만의 대일 무역적자는 2001년 44억달러, 2008년 115억 달러, 2010년 상반기에만 120억 달러로 급증하여 대일 무역적자의 70% 가량을 차지하였다. 만약 일본이 희토류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그 후폭풍을 가장 먼저 받을 나라는 한국이다. 희토류 관련 부품·소재의 급격한 가격상승뿐만 아니라 일본의 자국 우선공급으로 인해 한국의 희토류 부품·소재 수입은 대거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전자, 자동차 부문의 타격으로 직결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선의 다변화와 같은 단순하고 단기적인 접근은 희토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희토류가 응용되는 첨단산업 및 녹색기술산업 부문의 이상적인 발전과 부품·소재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최소 1~2개의 희토류 광산 인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희토류 대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자원무기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광물자원’ 부국인 키르기스스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한다. 특히 키르기스스탄은 아카투즈광석지대(Akytuz Oral Field)에 ‘쿠드사이 투(Kutessay II)’라는 희토류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쿠드사이 투에는 LED 및 영구자석과 같은 그린 에너지(green energy) 제품 생산에 필수적이며, ‘기적의 원료’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테르븀, 디스프로슘, 이트륨, 툴륨, 루테튬 등 대량의 ‘중(重)희토류’ 분포가 43.7%라는 이상적인 비율로 매장되어 있다. 또한 쿠드사이 투에는 구소련의 희토류 광산개발설비와 전력, 통신, 용수, 포장도로 및 철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등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이점을 가지고 있다. SOC를 제외한 한 개의 새로운 희토류 광산개발 및 분리·정제·저장시설물 건설에만 6000억~1조원의 자금과 최소 8년간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견준다면 초기투자비용이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우리나라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중요한 지역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대일무역 역조의 개선과 부품·소재의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정책도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 노키아의 오늘을 보면서 한국의 희토류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김동환 남 호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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