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아들을 수 없는 줄임말을 많이 접한다. 관심 갖고 귀를 기울이면 여러 곳에서 흔히 듣게 된다. “공지사항은 전쪽할게요.” 한 교양과목에서 강의 연락을 맡은 학생이 수업을 마치며 던진 말이다. 도무지 ‘전쪽’을 이해할 수 없어 잠시 멍해졌다. 주변을 슬쩍 돌아보니 대부분 이해한 것처럼 보였고 나만 헤매는 듯했다. 알고 보니 전체 쪽지의 줄임말이었다. 이렇게 낯선 단어에 혼란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줄임말을 접하면 원래 단어를 유추하려 애써보지만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줄임말을 매우 자연스레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뜻을 묻기도 편치 않다.

줄임말은 사람간의 소통과정에 효율성과 편의성을 지향하기 위해 사용한다. 줄임말은 소통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그것이 지닌 경제성과 동류의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다. 부분적으로는 동의한다. 하지만 요즘은 단순히 글자 수만 줄이는 단어가 너무 많다. 마치 모르는 사람이 뒤떨어지는 양 취급하면서 말이다.

줄임말 확산배후에는 언론이 있다. 각종 미디어는 신조어 만들기와 소개에 열을 올린다. 최근 들어 드라마나 프로그램 제목이 줄임말로 많이 알려지는데 애초에 방송사에선 그것까지 고려해 제목을 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 대학생들도 줄임말 확산에 한 몫 하고 있다. 많은 대학생이 줄임말 생성 이후 그것을 즐겨 쓰며, 나아가 또 다른 줄임말을 전파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줄임말은 예상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짧은 단어나 의미 없는 말까지 줄여져 탄생한 단어는 특정사용자만의 언어에 그치지 않고 일상 전반의 소통에 혼란을 가중하고 잘못된 언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재미나 유행에 따른 언어생활의 폐해가 대학생 의식 수준 하락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같은 의미의 말을 하더라도 단어를 줄여 사용하게 되면 진지함이 사라질 것이고 결국, 현상과 문제를 풀어가고 고민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줄임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불편을 느끼는 요즘이다.

김남룡 기자 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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