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손에서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라디오 전파
학생 손에서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라디오 전파
  • 위대용 기자
  • 승인 2010.10.1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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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대 라디오 방송국 WBRU
브라운대 라디오 방송국 WBRU의 뉴스 스튜디오. (사진=위대용 기자 widy@)

고대신문은 7월 23일 미국 대학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인 브라운대학교(Brown University)의 WBRU를 방문했다. 대학의 경계가 없는 브라운대답게 방송국은 대학 인근의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겉모습은 라디오 방송국이라기 보단 가정집으로 보일 만큼 평범한 2층 건물이었다. 1층에 사무실과 회의실이 있고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좁은 계단을 지나 2층에 가면 비로소 이곳이 방송국임을 보여주는 4개의 스튜디오와 방송장비실이 위치해 있다.

WBRU는 1936년 브라운대 학생 두 명이 집에서 전파를 송출하며 시작했다. 2년 만에 허리케인이 불어 외부에 설치했던 회선들이 다 날아갔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회선을 설치했다. 지금은 정식 주파수(FM 95.5MHz)를 통해 학교가 위치한 프로비던스(Providence) 지역에 방송을 송출하는 어엿한 방송국으로 성장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방송국 견학을 담당하는 이벤트 매니저 메들린(Madeline Sall, 음악과 2학년) 씨가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깔끔했던 건물 외벽과 달리 내벽엔 웃통을 벗고 기타를 맨 남자와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한 남자 사진이 있는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의아해하는 기자들에게 메들린 씨는 “포스터 속 주인공들은 우리 방송국이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락(Alternative Rock)을 하는 가수들”이라고 설명했다. WBRU는 1969년 본격적으로 얼터너티브 락 전문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방송국과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을 위한 전략이었다. 덕분에 현재 청취자 수는 일주일에 약 17만 명을 웃돌고 있다.

아직까진 청취율이 높은 편이지만 WBRU는 매년 낮아지는 청취율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 국내 라디오 시장이 축소된 것처럼 미국에서도 라디오라는 매체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메들린 씨는 “청취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라디오 뿐 아니라 웹사이트, 블로그,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웹에 글을 남기는 청취자는 별로 없지만 최근 시도했던 청취자로부터 받았던 특별한 사연 콘테스트는 호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WBRU의 웹사이트(www.wbru.com)에서는 각종 뉴스와 프로그램 정보, 행사일정 확인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라디오도 들을 수 있다.

WBRU는 라디오 방송 이외에도 1980년부터 정기적으로 락 콘서트를 열고 있다. 30년이 흐른 지금 락 콘서트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참가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고대신문이 방문했던 23일에도 ‘WBRU Dunkin' Donuts Summer Concert Series Show with The Wandas’ 콘서트가 열렸다. WBRU가 주최하는 이 콘서트는 실력있는 밴드를 섭외해 공연을 진행해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운영상의 문제로 1999년과 2000년에 잠시 콘서트가 중단됐었지만 2001년부터 프로비던스와 파트너십을 맺어 무대 지원을 받고 밴드 섭외에만 집중하면서 예전 명성과 함께 부활했다. 지난 30여 년 간 이어진 콘서트에는 ‘Angry Salad’, ‘M-80’, ‘Monty Are I’ 등의 락밴드가 참여했다.

사실 WBRU는 교내 방송국이 아니라 학교에서 독립한 상업 방송국이다. 브라운대 학생들이 운영하지만 브라운대로부터 건물만 빌려 쓸 뿐 지원금은 받지 않고 광고수익으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스폰서 중 하나인 ‘던킨도넛’은 콘서트 제목에 기업명을 표기하는 조건으로 1년에 약 5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적지 않은 돈을 관리해야 해 재정만큼은 학생이 아니라 따로 직원이 담당한다.

2층 각 스튜디오에서는 디제이(DJ)들이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 프로그래밍 디렉터 안젤리카(Angelika Garcia, 문학예술과 4학년)의 스튜디오엔 세월의 흔적이 새겨진 수천 장의 레코드판과 음악CD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안젤리카는 디제이들과 스태프 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방송국 내 전체적인 사운드를 담당하고 있다.

WBRU의 프로그램 디렉터 안젤리카가 방송을 준비 중이다. (사진=정혜윤 기자 vip@)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벽에 노란색 글씨로 ‘WBRU NEWS'라고 쓰여 있는 액자가 걸려있었다. 평일 오전과 오후에 3시간 씩 방송되는 뉴스를 제작하는 곳이다. 뉴스를 보도하는 곳이라서 다른 스튜디오에 비해 정리도 잘 돼 있었다. WBRU NEWS는 지역 소식을 중심으로 교내소식이나 주요 이벤트, 스포츠 경기 등을 보도 중계한다. 2008년엔 보스턴이 연고지인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를 생중계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WBRU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은 약 70명이다. 대부분은 3년에서 4년을 방송국에서 보낸다. 물론 그들도 학생인 만큼 방송국 일과 공부를 함께 해야 된다는 부담도 있다. 방송국장 알렌(Allen McGonagill, 환경공학 4학년) 씨는 “매 시험기간마다 공부하랴 방송 신경쓰랴 시간에 쫓기지만 방송국에서 음악 산업을 이해하고 비즈니스 경험을 쌓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음악, 환경공학, 인문학, 생태학 등 전공과 라디오가 무관하지만 얼터너티브 락이라는 장르와 라디오에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WBRU에 모여 있다. 그들은 각자 방송, 프로모션, 프로그램 기획, 음악선곡 등 각자의 방식으로 청취자와 소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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