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은 6일부터 8일까지 본교생 456명을 대상으로 한자 졸업요건에 대한 설문조사와 한자실력에 대한 간단한 시험을 진행했다. 한자졸업요건을 취득한 226명 중 ‘고려대학교’를 한자로 쓴 응답자는 26.5%(60명)였고, ‘賊反荷杖(적반하장)’을 읽은 학생은 47.3%(81명)였다.

본교는 2004학번부터 공인기관 한자2급 자격증 혹은 교내 한자이해능력인증시험을 통과할 것을 졸업자격요건으로 지정했다. 학교 측은 본교의 정체성 확립과 기업의 요구를 이유로 한자능력을 졸업요건에 추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학생의 한자실력이 자격증 획득유무와 비례하는 지에 대한 의구심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고대신문은 본교생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의 한자를 쓰는 것과 읽는 것으로 나눠 평가했다. 설문결과 한자 졸업요건을 취득한 학생 가운데 ‘대한민국’을 한자로 정확히 쓴 응답자는 53.8%(120명)였다. ‘온고지신’과 ‘홍익인간’은 각각 15.7%(35명)와 18%(40명)의 응답자만 정확히 쓴 것으로 집계됐다. 권오준(법과대 법학08) 씨는 “시험을 준비할 땐 쓸 수 있던 한자도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시험이 읽는 것 위주라 쓰는 것은 별로 안한다”고 말했다. 윤재민(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한자와 관련된 문서작업을 컴퓨터로 하기 때문에 손으로 한자를 쓸 기회가 적다”며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도 쓰기보다는 독해라 쓰기 정답률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독해 부분의 정답률은 쓰기와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다소 높았다. 공인기관 중 정답률이 가장 높은 기관은 한국어문회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이었다. 한국어문회 자격증을 딴 학생 중 ‘背恩忘德’을 ‘배은망덕’이라고 바르게 읽은 학생은 90.5%였다. <표 참조> 한국어문회 검정관리부 관계자는 “한국어문회 자격증은 난이도가 높아 속성으로 따기 힘들고, 기초부터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합격생의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응답자 중 교내한자이해능력인증시험으로 졸업요건을 갖춘 학생이 37.1%로 가장 많았고, 한자교육진흥회(23.1%), 한국어문회(14.5%), 대한상공회의소(13.7%)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자연계생이 교내한자시험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자연계생 졸업요건 취득자(85명) 중 45.9%(39명)가 교내시험 취득자로 인문계생(31.6%)보다 다소 높았다. 본교 학적수업팀 유신열 과장은 “교내한자시험은 공인4급 수준으로 공인2급에 부담감을 느끼는 학생이 졸업요건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본교생은 학교의 한자졸업요건에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학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동일한 졸업요건 기준 적용(38%)’을 뽑았다. 이어 과도하게 높은 인증 등급(22%), 부실한 학교의 한자교육 시스템(21%)을 꼽았다.

한편, 본교생이 한자졸업요건을 취득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3개월 미만으로 속성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가 많았다. 준비기간을 묻는 문항에서 ‘준비를 하지 않거나 3개월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80%였고 6개월 이상이라고 답한 학생은 7%에 그쳤다. 또한, 응답자의 74%는 한자능력을 취득한 목적이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답해 학생들이 한자능력취득에 대해 수동적임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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