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생의 졸업요구조건인 한자능력시험 2급 자격증과 실제 한자능력은 어떤 관계일까? 중국과의 교역이 늘고 심화된 국어능력이 필요하게 되면서 기업체에서는 신입사원에게 한자소양을 요구하는 추세다. 본교도 한자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해 2004년 이후 학번부터 한자능력시험을 졸업필수요건으로 지정했다.

한자능력이 졸업요구조건이다 보니 학생들은 빠르고 쉽게 자격증을 따고자 한다. 이에 학원들도 줄줄이‘속성강좌’를 내놓고 있다. 방학이 가까워 오면 교내에서 ‘4주 완성’ ,‘단기 특강’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볼 수 있다. 학생들이 4년 동안 한자에 대한 기본소양을 쌓길 바라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하는 것이다. 외부 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득하기 쉬운 교내 한자능력인증시험을 보는 학생 수는 지난해 57%에서 지난학기 74%로 늘었다. 게다가졸업을 바로 앞두고 치러지는 시험에 학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단기간에 한자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학생들의 요구 때문에 교내에서 진행되는 강좌는 한자를 교육하기보다는 암기하기 쉬운 방법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일부터3일간 본교생 4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급 이상의 한자능력시험에 합격한 223명의 학생중 ‘自由(자유)’를 제대로 쓴 학생은 110명(49%)이었다. 주관식 비율이 높은 한국어문회 주최의 시험을 합격한 학생 33명 중 20명(61%)이 완벽하게 썼고 교내시험을 본 학생 83명 중 42명(51%)이 정답을 썼다. 본교에서 8주 강좌를 진행 중인 서용현한자 백정환 팀장은 “한자를 공부하기엔 8주도 충분하지 않은데 학생들은 더 빠르게 자격증을 따길원한다”며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은 일종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고대신문이 8일 본교생 231명을대상으로 실시한 독해능력조사에따르면 읽기능력은 쓰기능력보다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한국어문회 자격증을 딴 학생 42명 중 ‘一網打盡’을 ‘일망타진’이라고 바르게 적은 학생은 36명(85%)이었다.하지만 교내시험 자격증이 있는 학생들은 56명 중 30명(53%) 만이 정답을 썼다. 한자한문연구소 김연수연구교수는 “교내시험은 최소한의기본소양을 기르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외부기관의 시험보다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학생들이 한자에 대한 필요성엔동감하지 못한 채 ‘스펙’의 일종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상당수기업들이 한자능력시험 자격증을가진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기때문에 학생들은 배움 자체보다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 일례로 삼성의 경우, 한국어문회?한자교육진흥회?한자교육연구회와 같은 국가공인한자시험에서 3급을 따면 10점, 2급에는 15점,1급에는 20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외에도 국정원 등의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 우대가 있다. 올해 진흥회 2급을 취득한 김지연(문과대 영문07) 씨는 “취직시장이 좁은 만큼 자격증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시험을보았다”며 “사회생활 속에서도 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한자공부’가 단순히 취직을 위한 하나의 스펙이 된 것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한자를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요즘 학생들은 ‘체계’와‘체제’가 어떻게 다른지, ‘갑절’과‘곱절’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모른채 혼용해 쓴다는 것이다. 한자능력 검정회 전종국 본부장은 “사실 대학생이 돼서 한자공부를 하는 것은늦은 것이지만 이제라도 한자공부를 해야 사회에서 올바른 언어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경희(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한자를 모르면 우리나라의 문화자체를 이해하기 힘드니 기본적인 한자 소양을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격증만을 위한 외우기가 아닌 언어와 한자소양을 높일 수 있는 한자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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