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일기를 쓰게 되다니... 이것도 매우 시간이 흐른 뒤에 쓰는 거지만.... 벌써?!란 생각에 신기하다. 어쩌다가 시작된 이 생활에 이런 흔적을 남기게 되다니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은 참 더럽게도 빨리 간다. Time flies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 그런데 수습일기를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하나 고민이다. 신문사 지원하고 쿠키에 들어와 수습일기를 보며 조금이나마 어떤 생활을 하는 건지 알게 되고 한 번쯤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읽는 누군가에게 어떤 방향으로든(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한 번 써 본다.

난 지금 해남에 있다. 해남은 내가 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나고 자란 곳이다. 해남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땅끝마을’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고 알아두면 된다. (그러나 사실 해남은 땅끝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이다)
아무튼 내가 지금 해남에 있는 이유는 신문사 때문이라고(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고사 끝나고 잠깐 신문사 일도 없고 수업도 없는 날을 잡아 집에 내려온 것이다. 금요일에 아무리 수업이 일찍 끝나도 신문사 일은 끝나지 않으므로 내려가겠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잘 모르실텐데 집에 오고 가는데 거의 반나절이 걸린다) 1005님들은 잘 아시겠지만 부끄럽게도 집에 좀 가보겠다고 눈물짓던 나를 보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면 집에 자주 오가지 못하는 것이 신문사를 들어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집이 아닌 새로운 안식처를 찾는 것이 나름의 목적이었는데... 참 그랬었는데... 그렇다.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말 그대로 신문을 만드는 일을 하는 건데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안식처 찾는다고 들어온 내 잘못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요즘에는 점점 나를 위한 시간을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해 무섭다. 나의 생활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좀 ‘마지노선’이라도 두고 덤벼왔으면 좋겠다. 지금 이렇게 신문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그런지도 모르겠고 그럴 것 같다는 확신도 서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솔직히 정확하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내가 신문사에 있는지 모르겠다. 막연히 해볼 만한 일이지 않을까라며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었는데...
일단 직장이란 게 사회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알게 해주고, 내가 많이 모자람을 가르쳐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다. 그런데 그게 좀 가혹한 경우가 있어 사람을 미치게 하기도 한다. 내가 능력으로 채워나가면 되는 부분이겠지만 그 전에 떨어져 나갈 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아직 수습일기는 쓰면 안 되는 거였나 보다. 확신도 없고, 집에나 가고 싶어 하고, 열의도 없고 좀 부끄러워지긴 하는데, 이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도 내 선택에 어떻게든 책임을 지고 있는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힘을 좀 더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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