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를 발표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충렬(교육학과 85학번) 감독이 지난 9월 말 ‘영화와 시’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이 끝난 뒤 호상 옆 벤치에서 이 감독을 만나 그의 영화와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워낭소리는 독립영화 최초로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총 관객 300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이충렬 감독은 갑자기 등장한 신예가 아니다. 이 감독은 대학 재학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경험을 쌓았다. 1994년부터는 외주제작사 PD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 여러 편을 연출했다. 15년가량 경험을 쌓으며 이 분야에 상당히 잔뼈가 굵은 셈이다. “혼자서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또 실패도 많이 했지요.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배운 내용들이 쌓여 현재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경험이 많은 그에게도 첫 영화인 워낭소리 제작은 순탄치 않았다.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달리 워낭소리는 3년 이상 촬영했다. 그 과정에서 제작 지원마저 끊기고, 촬영 감독들도 일을 그만둬 이 감독이 6mm 카메라로 직접 찍기도 했다. “이번 영화를 실패하면 죽겠다는 생각을 갖고 필사적으로 제작했어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촬영을 계속할 수 있던 원동력은 그동안 겪은 실패에서 배운 교훈과 꼭 성공하고자 했던 열망이었죠” 워낭소리의 성공으로 얻은 ‘영화감독’이라는 직함이나 갑작스런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이 감독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영화를 찍는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언론이나 서적을 통해 알려지는 ‘영화’나 이름 뒤에 따르는 ‘감독’이라는 직함보다 작품으로 나오는 ‘영화’ 자체입니다. 때문에 진정한 ‘영화감독’이면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제가 꾸준히 영화제작을 하는 이유고요. 물론 제가 정말로 좋아하고 아끼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감독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담은 ‘매미’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학창시절 이 감독은 모범생이라기보단 자유분방한 청년이었다. 그는 대학시절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 애니메이션 제작 일을 시작했다. 당시 그에겐 학업보다 일이 우선이었다. “강의를 빼먹기 일쑤였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죠. 당시 저는 제 앞길에 대해 어둡고 절망적이라 생각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대학생활을 후회하진 않아요. 당장은 가치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중에 보면 거름이 되는 것처럼 결국에 다양한 경험을 했던 대학생활은 제 인생에 밑바탕이 되는 좋은 시간이었죠” 그는 후배들에게 대학 시절에 많은 것을 경험하길 바란다며 독서를 권했다.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이야말로 소중한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뻔한 말로 들리겠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으니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의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주변의 풍경을 보면 아름답게 물든 낙엽과 푸른 하늘, 밝은 빛이 주는 아름다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 이면엔 빛이 주는 ‘선물’인 그림자가 있습니다. 이렇듯 독서는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눈을 키워줍니다”

그는 후배들이 현재를 즐기고 누리면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쾌락주의를 주장하는것이 아니라 ‘나중을 위해’ , ‘그때쯤이면’ 등을 핑계로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과소비하며 살기 바랍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을 해오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그의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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