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가 있는 앤아버(Ann Arbor)는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작은 소도시다. 매년 여름 앤아버엔 미국 전역에서 온 예술가들이 모인다. 다양한 미술작품과 공예품을 선보이는 앤아버 아트페어(Ann Arbor Art Fair)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던 51번째 앤아버 스트리트 아트페어(Ann Arbor Street Art Fair)의 셋째 날 현장을 고대신문이 방문했다.

미국의 상위 10위 안에 드는 앤아버 스트리트 아트페어에는 매년 50만 명이 다녀간다. 아트페어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팔면서 작가와 구매자는 자연스럽게 교류를 할 수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로 과거에 비해 규모가 작아졌지만 아트페어는 여전히 도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티스트 사무엘 야오(Samuel Yao) 씨는 “앤아버는 미시간 대학의 소재지로 유명하지만 이곳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역시 앤아버를 유명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하며 아트페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름에도 서늘하다던 말과 달리 이날 앤아버는 무척 더웠다. 그나마 간간히 퍼붓는 소나기가 찌는 듯한 더위를 식혀줬다. 하지만 쏟아지고 개기를 반복하는 비 때문에 아트페어에 참가한 작가들은 부스를 닫았다 열었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고 축제를 즐겼다.

200여 개의 부스에선 작가마다 개성을 뽐내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실용적인 작품과 눈길을 끄는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기자이 발길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의 백자와 비슷해보이는 자기를 파는 부스였다. 사람들은 유리 보호벽 속 커다란 크기에 먼저 놀라고 2,800달러라는 가격에 두 번 놀랐다. 세라믹으로 만든 자기를 파는 부스에서 만난 잭슨(Jackson) 가족은 이미 많은 미술품을 구매하고 더 둘러보는 중이었다. 패트릭 잭슨(Patrick Jackson) 씨는 “세 딸들이 미술을 전공해 온가족이 함께 아트페어를 보러 왔다”며 “마음에 드는 미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스에서는 이색적인 도자기를 만날 수 있었다. 2004년부터 6년째 앤아버 스트리트 아트페어에 출품하고 있다는 마빈 블랙모어(Marvin Blackmore) 씨는 “도자기에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의 느낌을 그려넣었다”며 “손이 진흙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그의 A202 부스에는 멀티레이어드(multilayered) 기법을 도자기에 적용하는 마빈만의 작품들이 가득했다.

다양한 미술품, 조각품, 공예품 이외에도 만지고 직접 체험하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춤과 발레, 아카펠라 등 각종 음악 공연이 거리의 잔디밭에 열렸다. 앤아버 스트리트 아트페어는 지역 및 전문 단체와 함께 음악과 춤 공연을 기획해 1시간 단위로 다른 팀의 공연을 볼 수 있게 했다.

아트페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데엔 다양하고 맛좋은 노점상도 한 몫 했다. 가족 단위로 아트페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어린이부터 어른의 입맛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부스로 가득했다. 감자튀김과 솜사탕은 물론 타코와 닭꼬치를 비롯해 그리스 음식, 아시아 음식, 인도 음식 등의 세계 음식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은 오감으로 아트페어를 만끽했다.

미시간 대학교는 노스(North)와 사우스(South), 센트럴(Central) 캠퍼스로 나눠지는데 아트페어가 열리는 노스와 센트럴은 이맘때면 교통을 통제해 사람들로 가득찬다고 한다. 미시간 대학교 대학원생인 레이 맥널티(Leigh McNulty) 씨는 “해마다 여름이면 학교가 텅 비지만 아트페어가 열릴 때면 앤아버는 활력으로 가득 찬다”며 앤아버의 아트페어를 자랑했다. 반면 앤아버의 일부 주민들은 교통문제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마찰을 줄이기 위해 2005년부터 아트페어가 열리기 전 인근 주민들을 위한 타우니 스트리트 파티(Townie Street Party)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올해 행사엔 앤아버 관광부를 포함해 교통당국, 상공 회의소 등 앤아버의 많은 기관들이 참여해 더욱 하나된 앤아버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2011년에 열릴 다음 아트페어까지는 6개월 이상 남았지만 행사 조직위원들은 벌써 다음 아트페어 준비에 돌입했다. 날짜와 시간이 정해진 것은 물론 포스터 디자이너도 이미 확정됐다. 또한 접수 애플리케이션을 개설해 2011년 아트페어를 이끌어 나갈 아티스트와 식품업체,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동부의 뉴욕, 서부의 LA나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미국 중서부의 앤아버는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다. 하지만 앤아버의 여름은 특별했다. 아마 유난히 길고 추운 미시간의 겨울 날씨 끝에 찾아오는 따사로운 햇살 뿐만 아니라 일년에 한번,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되어 어울릴 수 있는 아트페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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