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인가 싶으면 어느새 흙이 마르던 변덕의 땅 미시간대학교엔 날씨만큼 독특한 사람이 있다. 박물관 앞 나무그늘 아래서 빨래판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그 옆에 세워진 하드보드지에 적힌 말이 인상적이다.

“Why do people develop an instant aversion to washboard players? Because it saves time?(사람들은 왜 점점 빨래판 연주가를 금세 싫어할까요? 그러면 시간이 절약되나요?)” 일종의 말장난이다.

▲ 사진 | 신정민 기자 mini@
그의 모습은 말장난보다 우스꽝스럽다. 그는 오른손에 쥔 나무막대기로 빨래판을 긁는다. 마라카스*를 붙인 왼발을 구르며 하모니카를 분다. 앞에는 작은 상자가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며 돈을 놓고 간다. 기자가 우리나라 천 원짜리 지폐를 선물로 줬더니 기쁘게 웃는다.

분장 없는 광대는 지폐에 답례하듯 자신을 톰(Tom)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1986년에 이 학교에 들어와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999년 여름부터 이곳에 있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제자들과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에게 왜 이런 연주를 하는지 물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했어요. 빨래판 긁은 지는 3, 4년 정도 됐고요,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거죠”

그는 평일 오후 3시 반에서 5시 반까지 연주한다. 그에게 본교에도 당신 같은 학생이 있다고 알려주자 그는 “그래요? 훌륭하네요. 그 사람은 무슨 음악을 하나요?”라며 흥미를 보였다. 본교에선 일명 ‘베짱이’로 불리는 김영규(사범대 교육04) 씨가 민주광장에 종종 나타나 기타연주를 하며 노래 부르곤 한다.

톰은 시종일관 “Cool, Great”라고 말하며 흥겹게 연주한다. 기자는 취재시간에 쫓겨 서둘러 자리를 떴다. 뒤에선 톰의 연주가 들렸다. 베짱이는 미시건에서도 울고 있었다.

*마라카스(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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