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과

 

류재민

 

사과의 씨앗은 뜨겁다

온 우주의 중심
뜨거운 마음 한 가운데
모든 것은 태어났고
모든 것은 존재하고
모든 것은 더욱 자유롭고 말아

모두는 각자의 씨앗에서 제 영혼을 찾아
발돋움하는 생동이다

여름의 태양이 뜨거웠다
어떤 것이나 중심 속으로
강렬하게 응집된 기억들이
존재를 만들고 있게 하고 말아
달도 별도 모두가 사실은 뜨겁다

기특한 생명의 씨가 담긴 둥그런 우주!
긴긴 휴식의 기다림 동안
나무는 자라고 벼는 익어
노른자 뜨겁고 오늘도 닭은 운다

아사삭 베어물면 한 겹씩 옷을 벗는 사과
비밀의 씨앗 들킬까 부끄러 얼굴 붉히고
더욱 뜨겁고 뜨겁도록 우주를 키우다
소리없이 돌아본 가을 골목에 툭, 툭,

이런, 너무 뜨거워 가지가 손을 놓쳤다
진정 사과의 씨앗은 뜨거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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