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탕에서


김 성 택


뜨거운 것을 시원하다고 하는 건
반어가 아니라 따스한 상징
화상 입은 사내와 술 마시다 알았다
저 얼룩들은 알고 보니 얼음꽃
찬술을 부어 더욱 타오르는 몸 밖으로
투명한 꽃잎들이 드러났다
가을바람처럼 어디서든 들이닥치며
결국은 진심으로 시원해지는 것,
참고 견디어 흉이 진 자국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인연이란 이런 것이구나
사람들은 저마다 번지수만 알아선 찾아갈 수 없는
오지를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이다
냉탕에서 돋아난 단단한 비늘을 털어버리고
오지 속의 열탕에 발끝을 슬며시 담글 때
찬물처럼 확 끼얹히는 취기 한 바가지
저 사내 다 타고나면
사리 몇 개 주워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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