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총 12편이 출품되었고 다양한 경향을 보여주었다. 크게는 착상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경우와 사유의 진지함이 두드러지는 경우로 나누어진다. 「의자왕」, 「캔콜라」, 「폭설」, 「몸보다 눈이 앞서는 사랑들에게」, 「좋은 이웃맨션」,  「패자부활전」 등은 전자에 가까운 작품들로서  발랄한 상상력이 흥미로웠다. 「신의 응답」, 「치부」, 「날개는 어디에」, 「좁은문」, 「하이비스커스」 등은 후자에 해당하는 작품들로서 주제에 대한 집중력이 믿음직스러웠다. 그렇지만 전자의 작품들 중에는 파격적인 설정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해 개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후자의 작품들 중에는 주제의식을 체현하는 소설적 구성이 미흡한 경우가 있었다. 

출품작들을 비교해 읽으면서 언어구사능력이 소설의 개연성과 질을 가늠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정확하고 풍부한 어휘와 사유의 질서에서 유리되지 않는 문장이어야 납득과 공감을 얻고 소설적 재미에 이를 수 있다.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적 언어들이 이루는 조화와 융합의 상태가 곧 그 소설이 도달한 지점일 것이다. 언어구사능력이 습작의 기간과 정도를 반영한다는 생각으로 이 점을 주의 깊게 보았다.

「신의 응답」은 소설적 구성은 미약하지만 문장이 치밀하고 논리적이다. 신과 과학에 대한 사색적 질문과 진지한 성찰이 인상 깊다. 「청소」는 집요하게 파고드는 문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전개의 과정이 흡입력 있지만 정작 의미의 생산에 이르지 못해 아쉽다. 「좁은 문」은 뿌리 깊은 카인 콤플렉스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데, 아우가 형에 대해 반발심을 갖는 과정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아 그의 돌발적 행동이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날개는 어디에」는 군대의 변화된 분위기와 제대를 앞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의욕적으로 설정한 반전이 오히려 치열한 문제의식을 둔화시킨 점이 안타깝다. 「치부」는 진실의 다면성에 접근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나’가 사건에 흥미를 갖는 동기나 만근이를 만나는 과정이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졌으면 싶다. 「하이비스커스」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환경에서의 정체성 문제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 만난 두 여성의 예를 병치 구성을 통해 보여주면서 정체성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주제의식이나 구성, 문체 등에서 월등히 숙련된 것으로 보이는 「하이비스커스」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당선자를 비롯한 모든 응모자들에게 소설에 대한 지속적인 열정을 당부하고 싶다. 


이혜원(인문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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