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과 벽이 없는 학교

 

뉴욕대(NYU)와 쿠퍼유니온(Cooper Union)은 뉴욕의 많은 건물 속에 자리잡고있다.(사진=고대신문 news@kunews.ac.kr)

 


반짝이는 햇빛을 받으며 푸르른 잔디밭 위에 누워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 고유의 건축양식을 가진 고풍스러운 건물과 넓은 캠퍼스는 ‘미국대학’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뉴욕에 소재한 뉴욕대(New York University)와 쿠퍼유니온(Cooper Union)엔 학교와 외부를 구분짓는 벽과 정문이 없다. 이들 대학은 경제, 문화, 패션에서 최첨단과 최신을 달리는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 흩어져 있다. 맨하탄 내 5개 지역과 해외 20여개국의 135개 건물이 뉴욕대의 캠퍼스다.

뉴욕대는 맨하탄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에 위치한 워싱턴 스퀘어를 둘러싸고 있다. 워싱턴 스퀘어 주변엔 뉴욕대 상징 색깔인 보라색 깃발을 꽂은 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깃발이 뉴욕대를 다른 건물과 구분해주는 유일한 표시다. 강우석(뉴욕대 대학원 석사과정) 씨는 “땅값이 비싸서 그런지 학교가 한곳에 모여있기 보단 여기저기 나눠져 있다”며 “마치 학생들이 뉴욕 도시로 출퇴근 하듯 학교를 다닌다”고 말했다. 뉴욕대는 워싱턴 스퀘어 뿐만 아니라 브룩클린과 턱시도에도 자리잡고 있다.

쿠퍼유니온은 역시 고급주택이 모여있는 맨하탄의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대학이다. 1000여 명이 재학 중인 쿠퍼유니온은 3개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건물 3개 중 한 건물은 기숙사이고 실제로 대학건물로 쓰이는 곳은 두 군데다. 윤동익(쿠퍼유니온대 화학공학) 씨는 “캠퍼스가 따로 없이 건물 몇 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정한 울타리가 없는 뉴욕대에선 건물에 꽂힌 보라색 깃발이 뉴욕대임을 알려주는 표시다. (사진=고대신문 news@kunews.ac.kr)


두 대학 모두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외부인에 대한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쓴다. 뉴욕대는 모든 건물의 출입문에서 경비원이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한다. 출입문만 열면 학교 강의실이나 도서관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은 학생증을 경비원에게 제시해야만 출입할 수 있다. 외부인은 뉴욕대 학생과 동행하더라도 미리 출입허가를 받지 않으면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 쿠퍼유니온은 대학 사무실을 제외한 강의실은 이곳 학생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다. 방문자가 안내를 받아 캠퍼스 곳곳을 누비는 다른 대학과 달리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학교를 둘러볼 수 있다.

대학 건물이 맨하탄 곳곳에 분산돼있어 학생들이 일정하게 만날 장소가 없다. 학교를 상징하는 건물이 없어 약속장소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뉴욕대 졸업생 마리아(Maria Skouras) 씨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마땅히 만날 장소를 고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워싱턴 스퀘어 남쪽에 위치한 킴멜 센터(Kimmel Center)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 다양한 동아리와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곳이다. 클럽 422개가 속해 있으며 학생 회의나 문화 페스티벌 같은 학생사회의 중추적인 행사는 거의 이곳에서 주관한다.


뉴욕을 무대로
뉴욕대의 활동범위는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와 각종 정부기관과 단체가 밀집한 업타운(Uptown)까지 뉴욕 전체라고 할 만큼 광범위하다. 학생들 대부분은 정장을 입거나 맵시 있게 차려입고 분주하게 거리를 활보한다. 대부분 수업이 현장 실습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분야 경험과 학업을 함께 수행한다. 뉴욕대는 학교 자체에서 기업체나 기관과 협력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무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도 재학생의 30%가 파트타임으로 뉴욕에서 직장을 다니며 아예 1, 2학년 때부터 현업에 뛰어드는 학생도 있다. 강우석 씨는 “각 분야의 기관들이 뉴욕대 학생을 선호하고 탄탄한 네트워크와 결속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와서만 센터(Wasserman Center)와 같은 전문적인 리크루팅 센터가 워크샵이나 세미나를 통해 취업의 길을 열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 씨는 “월가와 근접해있어 학생 때부터 전문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대 졸업생 마리아(Maria Skouras)씨(사진=고대신문 news@kunews.ac.kr)

뉴욕대는 영화 전공의 티쉬 예술대(Tisch School of the Arts)와 스턴 경영대(Stern School of Business)가 유명한 만큼 기업체 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을 하는 학생도 다수다. 쿠퍼유니온 역시 다양한 인턴 경험은 물론 생활과 학업에 있어서 뉴욕을 활동지역으로 적극 활용한다. 건물이 두 개 뿐이지만 다른 학교와 연계에 학생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다. 윤동익 씨는 “다음 학기엔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뉴스쿨(New School)에서 외국어 강좌를 들을 예정”이라며 “학생 중 한명은 학장에게 말해 뉴욕대 헬스장 이용권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뉴욕의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문화공연을 접하는 것도 장점이다. 브로드웨이와 같은 대형 무대뿐 아니라 다양한 극장이나 박물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윤 씨는 “도심 한 가운데 대학이 있어 심심할 겨를이 없다”며 “일상 생활 속에서 뉴욕의 생동감 넘치는 사람을 마주치며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뉴욕을 넘어 세계의 도시 속으로
뉴욕대와 쿠퍼유니온이 따로 캠퍼스를 갖추지 않고 맨하탄에 흩어져 있는 것은 맨하탄의 비싼 땅값 때문이다. 쿠퍼유니온은 건물 증축이나 캠퍼스를 새로짓는데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전교생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사용한다. 쿠퍼유니온 재학생 전원은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

뉴욕대는 몇 년간 땅과 건물을 사며 대학 규모를 키워왔다. 1831년 설립당시 158명에 불과하던 재학생은 현재 4만명이 달하며 세계 유명 도시 20여 곳에 뉴욕대 건물 135개가 퍼져있다. 파리, 베를린, 마드리드처럼 세계적인 도시에 캠퍼스가 있으며 최근엔 중동 아부다비에 뉴욕대 캠퍼스를 세웠다. 현재, 세계 133여개 국에서 온 학생이 세계의 도시 속에서 ‘뉴욕대’에 재학 중이다. 서울에서도 뉴욕대를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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