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그 질문이요”

지금까지 언론과 30번 정도 인터뷰를 한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thering.co.kr)’ 운영자 송준의 씨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뭔지 묻자 웃으며 대답했다.

‘잠밤기’는 국내 최대 괴담 블로그로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3000명을 웃돌 정도로 인기가 많다. 괴담을 즐기는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유명해진 잠밤기는 어느새 매니아들의 성지가 됐다.

송 씨가 본격적으로 괴담 블로그 잠밤기를 시작한 건 2003년. 송 씨는 이왕 하는 거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블로그가 대중에게 알려진지 얼마 안 돼서 IT관련 블로그가 대부분이었죠. 공포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했고 독특한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잠밤기의 괴담은 투고와 송 씨의 창작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진다. 방문자들의 투고를 받는 ‘괴담 투고하기’ 게시판에는 지금도 계속해서 글이 올라온다. 그 중 괜찮다 싶은 소재를 송 씨가 다듬어 포스팅한다. 2003년 12월 7일 ‘홍콩할매 귀신을 아시나요?’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잠밤기에 올라 온 괴담은 무려 900여 건. 잠밤기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첫 글부터 하나하나 읽기 시작하다 며칠 밤을 꼬박 샐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괴담이 실화냐 아니냐 묻는 분들이 있는데 딱히 실증에 뜻을 두고 있지는 않아요. 이야기 자체만 즐기려고 하죠”

글쓰기와 관련 없는 디자인을 전공을 공부한 송 씨는 잠밤기를 운영하며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창작을 해야 되니까 작법서도 찾아서 읽게 되고 인문학 서적도 많이 보게 됐어요. 괴담이라는 게 그 안에 담긴 메타포도 중요하다보니 최근에는 민속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죠”

방문자 수가 많아지자 공포영화를 만드는 영화사로부터 시사회 참가자를 모집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연 시사회 이벤트만 20회 정도. 시사회가 끝나고 정기모임을 열어 친목도 다졌다. “적을 땐 20명에서 많을 땐 200명 씩 모집해요. 선착순으로 모집했다가 만날 잠복하시는 분들만 당첨돼서 지금은 무작위로 뽑고 있죠” 특이한 건 참석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잠밤기에는 괴담을 지역별로 구분한 ‘괴담 대동여지도’ 게시판이 있다. 괴담과 지역을 연결지어 실화느낌을 살리려는 의도였다. 세종대, 한양대, 한예종 등 대학괴담은 물론 미국, 홍콩, 일본 등 해외 괴담도 있지만 아직 고려대 괴담은 없다.

송준의 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사진=김수정 기자 sooj@)
송 씨는 <기묘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1, 2, 3>, <공포괴담17> 등 괴담 관련 책 5권을 출간했다. 앞으로는 사회모습을 반영하는 괴담을 만들 거라는 송 씨는 마케팅에 신경을 쓰기보다 컨텐츠로 승부하겠다고 했다. 고정팬을 만드는 건 꾸준한 포스팅이라는 생각이다.

“갑자기 제가 운영을 그만두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더라도 블로그는 유령처럼 살아있을 것 같아요. 운영자가 죽었는데 이야기는 계속 업데이트 되고 그러면 진짜 전설이 되겠죠”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