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고대신문> 7면에 실린 대학생의 나르시시즘에 관한 기사에서는 지금의 대학생 세대가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이유를 사회 전반에 보편화된 나르시시즘으로 보고 그 형태와 원인 등을 살펴보았다. 위 기사는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현재의 대학생 세대를 바라보는 참신한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하지만, 나르시시즘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예를 들면서 학점을 언급한 부분은 아쉽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교수에게 학점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는 학우들 가운데는 노력이나 학업성취도를 무시한 채 A학점을 꼭 받아야만 한다고 믿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전심전력을 다해 공부에 매진하여 높은 학업성취를 이루었더라도 학점이 낮게 나와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얻고자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위 기사에서는 후자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전자만을 거론하여 유감스럽다.

현재 본교에 개설된 강의과목의 상당수가 수강생을 평가함에 있어서 상대평가를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대평가에서는 자기 혼자 잘한다 해서 반드시 A학점이 보장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상대평가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명제가 가장 냉정하게 적용되는 평가 방법이다. 성적 상위층에 해당하는 수강생들 모두에게 A학점을 줄 수 없는 것이 상대평가이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 사이에 내재된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어 한정된 숫자의 수강생에게만 A학점이 부여된다.

더욱이 요즘처럼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 스펙 쌓기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바로 좋은 성적표라는 점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때문에 강의과목 하나라도 높은 학점이 나오지 못하면 재수강, 삼수강을 해서라도 학점을 잘 받아서 성적표를 채워야 하는 것이 지금의 대학생 세대의 현실이다.

학점을 올려달라는 메일을 보내는 학우들 모두가 객관적으로 충분한 노력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를 가리켜 학우들이 자존심과 자기애적 성향을 나타낸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위 기사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법과대 법학 08 우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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