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신입선수 선발 기사로 운동부 코치들을 취재했다. 선발과정과 선수들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잔인하지만 그 중 ‘에이스’라고 할 만한 선수를 알아내야 했다.  이런 질문은 묻는 사람 입장에서도, 답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조심스럽고 난감하다. 최대한 실례되지 않게 여쭤봤고 다행히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취재 끝에 한 코치가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전에 어떤 기자가 비슷한 취재를 와서 선수들이 들릴 법한 자리에서 서슴없이 물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괜스레 부끄럽고 죄송해 거듭 사과하고 돌아왔다.

아찔한 순간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기사를 준비하다보면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넣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평가에 대한 배경 설명은 멀어지고 결과만 도드라져 취재원에게 섭섭함을 남기기도 한다. 그만큼 평가는 하는 사람도, 부탁하는 사람도 어렵다.

지난 12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개막했다. 우리 선수들은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의 쾌거를 이루고 있다. 특히 박태환이 휩쓴 메달은 아시아를 놀라게 했다. 그의 금빛 낭보에 환호하는 국민들은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는 로마의 저조한 성적 후에 은퇴까지 생각할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그는 국가적 영웅이 됐다.

사람들은 남을 쉽게 평가하고 남 얘기를 즐겨 하지만 누구도 상대의 장점과 단점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타인의 가치를 평가해 상처 줄 권리는 더욱 없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타인에 대해선 두루뭉술한 불언장단의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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