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 에는 ‘명예박사학위는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대상자의 범위가 워낙 포괄적이다 보니 일각에선 명예박사학위 수여자의 선정기준에 의문을 제기한다. 명예박사학위 수여가 학교에 많은 액수를 기부한 기부자에 대한 보답이나 유명인사를 교우로 만들기 위한 홍보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대신문이 본교의 명예박사학위 수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개교 이래로 본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인사는 총 153명이다. 처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1955년 이후 매년 3, 4명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올해 본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인사는 6명이다. 명예박사의 선정과 수여를담당하는 일반대학원 측은 학위 수여가 지난해에 비해 많은 이유는 굵직한 국제행사가 겹치며 국내에 방한하는 해외인사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여는 누가 어떻게 하나

대학원 학칙에 따르면 명예박사학위는 ‘우리나라 문화, 학술 및 사회발전에 특수한 공헌이 있거나 또는 인류문화 향상에 공적이 현저한 자에게 수여’한다. 또한 이 학칙에선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에 대해 ‘일반대학원장이 발의하여 일반대학원 대학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이 수여한다’고 명시한다. 일반대학원 대학원위원회는 일반대학원장, 교무처장, 교학처장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일반대학원 측은 학문, 예술,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중 인품을 갖춘 사람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김건 대학원장은 “명예박사학위는 한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인품을 갖춘 사람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대상은 정치인, 문학가, 영화배우 등 어떤 분야의 인사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없을까

최근 3년간 본교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자 12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해외 대통령과 총리, 타 대학 총장이 대부분이다. 몇몇 대학에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결정자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교에선 그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교는 올해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미국대통령, 한스-게르트 푀터링(Hans-Gert Pöttering) 전 유럽의회 의장 등 총 6명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다. 일반대학원 측은 “명예박사학위 수여자를심의하고 선정하는 일반대학원장과 대학원위원회는 총장이나 법인이 관여할 수 없는 독립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는 일은 없다”며 “대학원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문, 예술,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사 가운데 학위 수여자를 선정한다는 대학원 측의 설명과 달리 2000년이후 문화, 예술 분야의 인사에겐 학위를 수여한 사례가 없었다. 반면 2000년 이후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인사 28명 가운데 기업인이 1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모(정경대 정외08) 씨는 “명예박사학위가 너무 해외 정치인과 기업인에게만 집중적으로 수여되는 것 같다”며 “다양한 분야의 권위자를 찾기 보다는 본교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인사를 선정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본교에서도 명예박사학위 수여자에 대한 자격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경우가 있다. 지난 1999년 현직 총리대신으로는 최초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본의 나까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대신에게 명예법학박사학위를 수여한 것과 2005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수여한 것과 관련해 많은 학생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는 이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인촌기념관 출입문을 봉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 모(법과대 법학05) 씨는“학생 다수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학위를 수여하고, 학위수여 이후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경우엔 과감히 학위를 박탈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 좋은 특별강연이 돼야 일반대학원은 학위수여자의 특별강연이 명예박사학위 수여의 가장 큰 효과라고 설명한다. 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본교를 찾은 저명한 인사들이 수여식 이후 본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의 특별강연 참여가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과 귀빈을 위한 배려는 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는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모(정경대 경제09) 씨는 “지미 카터전 미국대통령의 강연에 참석했었는데 객석 앞부분을 귀빈석과 교수들을 위한 공간으로 설정하고 뒷좌석 일부에만 학생들이 앉을 수 있어 학교 구성원을 위한 질높은 강연이라기 보다 ‘홍보용 강연’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문화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해외 명문대의 특별강연이 개방된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원 학사지원팀 이용재 주임은 “국가원수급 인사는 경호를 위해서 특별히 출입 인원과 대상을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며 학생들의 양해를 구했다.

대학원 측은 앞으로 명예박사학위수여자의 강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보다 학생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고 강연내용을 책이나 영상물로 기록해 보다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학원장은 “올해 한스-게르트 푀터링 전 유럽의회 의장이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은 후 ‘자유’를 주제로 진행했던 특별 강연은 성공적인 사례였다”며“역사에 길이 남을법한 수준의 강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명예박사학위 수여자

성명

국가

직장명

직위

학위명

오카다 타꾸야

일본

AEON

명예회장

명예경영학박사

존안토니후드

영국

옥스포드대학

총장

명예경영학박사

노버트람메이트

독일

독일연방하원

의장

명예정치학박사

저우지펑

중화인민공화국

북경대학교

총장

명예이학박사

삼덱아께아모하쎄나빠데이

캄보디아

캄보디아

총리

명예정치학박사

박태준

대한민국

포스코(주)

명예회장

명예경영학박사

히에다히사시

일본

(주)후지미디어홀딩

회장

명예경영학박사

지미카터

미국

 

전대통령

명예정치학박사

누르술탄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대통령

명예정치학박사

한스-게르트푀터링

독일

유럽의회

전의장

명예정치학박사

드미트리아나톨리예비치메드베데프

러시아

러시아

대통령

명예법학박사

김한중

대한민국

연세대학교

총장

명예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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