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시절 여름방학. 당시 나는 YT훈련 때문에 녹지운동장에서 럭비부 선수들과 그 해 여름을 함께 보냈다. 언젠가 기합으로 운동장을 전력으로 달렸던 날, 한쪽에서 스크럼을 짜고 Go! Go!를 외치던 럭비부 선수들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힘내세요! 조금만 더 힘내서 뛰세요!” 그 말은 조지훈 선생의 호상비문보다 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All for one, One for all”이라는 고유정신 아래‘인내’‘협동’‘희생’을 실천하는 스포츠, 럭비.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Game Over’라는 표현대신‘No-Side’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상대팀과 같은 샤워실을 사용한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타 운동부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본교 럭비부에서도 볼 수 있다. 우선 수업에 들어가라는 감독님의 배려로 선수들은 늦은 오후에 훈련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오전은 잠도 자고 싶고, 오락도 하고 싶은 유혹의 시간이다. 그 유혹을 물리치고 1교시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온다. 심지어 사회체육과 선수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 숙소가 있는 안암에서 기차를 타고 서창까지 간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저녁시간에는 감독님과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공부를 할 예정이며, 공공복지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코리안리그 중간집계에서 본교 럭비부는 1승 3패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대학팀들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호적수 연세대가 3승 2패라는 성적으로 1위를 달리는 것과 사뭇 대조적인 기록이다. 물론 수업에 들어갈 시간까지 훈련시간으로 바꾼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패에 집착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의 승리가 앞으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타계한 시조시인 조병화 선생은 살아생전 이렇게 말씀하셨다.“나는 인생을 럭비처럼 살아왔어.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고. 럭비가 요구하는 결단력, 페어플레이, 창조력. 이런 것들이 삶에 반영되면 그 삶은 아름답고 멋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학생이자 선수, 이 두 가지 역할에서의 충실함은 미래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승자가 아닌지.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권민정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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