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란 소리가 나자 조심스럽게 품을 밟던 발이 상대방의 어깨 위로 매섭게 날아간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함께 가진 한국 고유 무술 ‘택견’의 대련은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발로 얼굴을 치면 이긴다.

지난 26일, 학생회관 6층에 있는 교내 택견동아리 ‘한울’을 찾았다. 이날, 택견을 체험하려는 일본학생들이 방문해 기자와 함께 택견의 기본기술을 배웠다.

흔히 ‘택견’하면 ‘이크에크’ 소리와 함께 덩실거리는 동작을 떠올린다. ‘이크에크’는 기술을 걸 때 기합을 넣으며 내뱉는 소리다. 배에 힘을 주며 ‘잌’하는 소리를 낸 후, ‘흐-’하면서 숨을 내쉰다. 성준혁(자유전공학부10) 씨는 “처음에 ‘이크에크’소리를 훈련할 땐 배를 손으로 강하게 누르며 소리를 내도록 한다”며 “무거운 짐을 들 때 끙차 하고 힘을 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모든 택견기술의 기본은 품(品)밟기다. 입구(口)자를 하나씩 밟으며 삼각형 모양을 유지하고 무릎을 굽혔다 펴는 오금질을 결합한 동작이다. 품밟기를 따라하니 자연스레 뒷꿈치가 들렸다. 권현우(법과대 법학05) 씨는 “한 발을 앞 쪽으로 내딛더라도 무게중심은 뒷 쪽 다리에 있어야 상대의 발질에도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택견 기술의 기본은 손으로 잡아 던지는 손질과 발로 상대를 견제하거나 치는 발질이다. 발질은 아랫발질과 윗발질로 나뉘며 윗발질은 상대의 얼굴을 쳐 승부를 낼 때 쓰는 기술이다. 성준혁 씨는 “윗발질은 다리가 앞뒤옆으로 다 찢어지고 골반이 열려야 쓸 수 있는 기술”이라며 “나도 1년간 택견을 배우고 있지만 아직 윗발질은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엔 아랫발질 중에서도 밖에서 안으로 차는 엇발차기, 안에서 밖으로 차는 내차기, 발바닥으로 정강이를 차는 건 촛대차기를 배웠다. 기자가 엇발차기를 하며 상체를 비틀자 상체는 가만히 둔 채 골반을 움직여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가 이어졌다. 엇발차기와 내차기는 높게 차면 상대가 다리를 잡아 쓰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낮게 찰수록 좋은 발질이라고 한다.

발질연습이 끝나자 손으로 상대를 당기거나 밀어서 넘어뜨리는 ‘손질’을 익혔다. 손질 중 상대의 목덜미를 잡는 ‘덜미잡기’와 손으로 목 앞쪽을 미는 ‘칼잽이’를 익혔다. 덜미잡기를 할 땐 팔꿈치를 안쪽으로 굽혀 상대의 쇄골에 팔뼈를 닿게 해야 반격을 차단할 수 있다. 칼잽이를 할 땐 손으로 목을 가격하는 게 아니라 밀어야 한다. 팔만으로는 상대방 체중을 다 감당할 수 없어 오금잽이를 한 후 칼잽이를 하면 상대방을 넘어뜨릴 수 있다.

기본적인 기술을 다 배우자 동아리원의 ‘겨루기’ 시범이 이어졌다. 보호장구 없이 저고리한복 바지, 미투리만 갖추고 겨루기를 시작하자 택견을 체험하러 온 학생들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범을 보일 때와 달리 빠른 속도로 공격을 주고 받자 학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히데아키 무라세(남·24세) 씨는 “여기에 오기전엔 택견이 춤 같은 것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직접 와서 배워보니 다른 무술처럼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게 재밌었다”고 말했다.

택견한울은 1994년에 시작한 동아리로 택견의 여러갈래 중 결련택견을 배운다. 매년 정기적으로 송덕기옹 추모 결련 택견대회에 참여하거나 다른 학교와 겨루기도 한다. 황신구(문과대 독문03) 씨는 “결련택견의 특징은 기본동작을 바탕으로 거기서 다양한 변화가 나오는 것”이라며 “가르치는 선생님마다 커리큘럼이나 기술을 다르게 사용하지만 각자의 몸에 맞게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울’은 매주 월, 수, 금 7시에 동아리원들이 모여 동작을 익히거나 겨루기 연습을 한다. 학생회관 6층으로 가면 외유내강의 한국 무술 택견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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