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붓이 만났다. 추운 겨울날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면 매 학기 말에 열리는 서화회의 정기 전시를 찾아가는 건 어떨까.

 

▲ 황세원 기자 one@
중앙동아리 서화회는 붓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서양화와 서화를 매 학기 전시한다. 이번 학기 정기 전시는 418 기념관 지하 전시실에서 22일부터 1주일 동안 열렸다. 전시실 입구에 서화작품 4개가 나란히 걸려있었다. 묵을 갈아 정갈하게 붓글씨를 써내려갈 모습을 상상하니 글자 하나하나에서 고요함이 묻어난다. 그 중 이백의 시 한 구절 ‘세로여추풍 상봉진소색(世路如秋風 相逢盡簫索)’*를 쓴 김경락(공과대 신소재09) 씨의 글씨는 가을을 마무리하기에 적합했다. 졸업생들이 종종 작품을 찬조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도 졸업생 두 명의 붓글씨가 전시됐다.

 

유화 작품을 곰곰이 살펴보면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박서영(보과대 생체의공07) 씨의 ‘남미여인의 초상’은 라틴 아메리카 관련 교양을 들으며 받은 느낌을 표현한 그림이다. 강렬한 붉은 색과 단아한 머리를 한 여자가 방문객을 응시하고 있었다. 남미 대표 여류 작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떠오른다. 임경선(공과대 전전전10) 씨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장미를 그려 주위의 소중한 사람을 돌아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 눈에 봐도 고요한 어둠 속에 홀로 핀 빨간 장미의 붉은 느낌이 생생하다.

 

▲ 황세원 기자 one@
매 학기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시다보니 지난 전시와 이어지는 작품도 있었다. 김다은(문과대 영문10) 씨는 지난 정기 전시에 이어 캔버스 2개에 작품을 표현했다. 지난 학기엔 붉은 해바라기를 두 캔버스에 표현했고, 이번 학기엔 ‘둘(생선)’이란 작품에서 물과 생선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표현했다. 장지수(경영대 경영08) 씨는 지난 전시에서는 여자 누드를, 이번 전시에서는 남자 누드를 그렸다. 다음 정기 전시에선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린 그림이서 더 아름다운 것일까. 고등학교 단짝친구와 찍은 사진을 유화로 표현한 허비다래(사범대 가정교육08) 씨의 ‘고1’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트의 4번 타자 이대호를 그린 고봉주(사범대 영어교육06) 씨의 ‘조선의 4번’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유일한 미술 전공생인 노지선(미술학부06) 씨는 재수하는 동생이 항상 밝길 바라며 ‘언제나 맑음’을 그렸다. 파스텔 톤 벽을 배경으로 밝게 웃고 있는 동생의 얼굴을 캔버스에 담아내며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 황세원 기자 one@

 

418 기념관의 작은 전시실이지만 한 학기 동안 서화회 회원들의 이야기가 조곤조곤 들려왔다. 매년 봄에는 연세대학교 화우회와 합동전시를, 학기 말에는 정기 전시를 갖는다니 서화회의 이야기가 궁금한 학생들은 찾아가보길 바란다.

*세로여추풍 상봉진소색(世路如秋風 相逢盡簫索): 세상의 (살아가는) 길은 가을바람과 같으니, 서로의 만남이 다하면 쓸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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