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서도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학교 당국은 지난달 29일, 안암총학의 요구안에 대한 답변서에서 정부의 시행규칙에 따라 등심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안암총학은 이 이전부터 등심위를 의결기구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해 온 상태였다.

이번 등심위 설치 과정에서 학교가 보여준 행동은 실망스럽다. 등심위가 지난 1월 고등교육법 개정 때부터 논의된 주제임에도 세부규칙이 제정되지 않았다며 1년 가까이 논의를 미뤘고, 이번에 학생들이 보낸 요구안에 대한 답변도 한참을 끌었다. ‘법령에 따라 시행할 것’이라는 한 마디를 위해 이토록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성의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재정문제에 있어서 사립대학의 역할이나 선택수단이 한정된 것은 사실이다. 학교를 운영하려면 역시나 돈이 있어야 하는데 등록금을 동결하면 재원확보가 힘들어진다. 정부의 지원은 열악하고 수익사업을 하자니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학교는 학생의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등록금은 학생들에게는 비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고 있고, 이도 어려운 학생들은 힘들게 등록금을 마련하며 학업을 이어간다. 이런 학생들에게 ‘가난한 학생이 고려대를 다니려면 장학금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말할 생각인가.

언제부턴가 학생은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학생은 학교의 ‘주인’은 아니더라도 대학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학교의 입장이 있다면 학생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설득시켜야 한다.

학교당국의 답변서에는 ‘등심위 설치에 대해 총학생회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고려대학교가 국내 대학을 선도하는 뭇 대학의 모범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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