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주 들은 말이 있다. ‘자원이 없는 나라’이다. 자원이 없어 살기 힘든 나라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렇다면,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잘사는 나라인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세상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살기 어렵고, 반대로 자원을 수입하는 나라는 풍요롭다. 실제로 일부 아랍 국가를 제외하면 자원이 풍부한 대부분의 국가는 살림살이가 어렵다.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와 이락, 이란이 못살고, 지하자원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그렇다. 이와 반대로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미국이 풍요롭고, 일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가 뒤를 잇는다. 그렇다면, 풍부한 자원과 풍요로운 삶과는 관련이 없는 것일까.

자원에 대한 고전적인 개념은 생산에 이용하는 물질을 뜻한다. 따라서, 자연계는 넓은 의미의 자원에 속한다. 그러나, 20세기부터 재정의 된 자원의 개념은 생산목적에 이용되는 물질 자체 뿐 만이 아니라, 인적 및 기술적 근원까지 포함하고 있다. 요컨대, 자원이란 어떤 능력이나 기능을 지니고 있서 또 다른 가치를 발현시킬 수 있는 모든 근원을 말한다. 그래서, 자연이 어떤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 때, 자연은 자원이 될 수 있다. 탄층은 자연이고, 탄전은 자원이다. 벌판은 자연이고, 전답은 자원이 된다. 자원은 자연 스스로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도 인적자원의 개념의 극대화에서 가능하였다. 부족한 공업자원을 들여와 인적자원으로 가공하여 국가의 생산성을 높힌 것이다.

자원은 크게 광물자원과 생물자원으로 나뉜다. 전자는 공업자원이고 후자는 농업자원이다. 인류는 이 두 영역의 자원의 균형적 개발을 통해 보다 높은 생산성을 지향한다. 우리나라를 자원이 없는 나라로 폄하한 근거는 바로 광물자원의 부족을 말한 것이리라. 이는 자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중화학공업 육성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사회는 공업자원을 중시한 반면, 농업자원은 경시하는 풍조가 아직도 있다. 심지어 농업자원의 개념을 먹거리의 확보정도로 축소하여 자급자족의 수단으로 보았다. 먹거리가 충분한 요즈음 우리는 농업자원의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증산의 개념도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경제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농업자원의 기능성보다는 현물의 상품성에 구속된 시장경제의 논리이다. 우리가 농업자원의 경제성에 회의하고 있는 지금, 서구 산업사회에서의 생물자원의 시장기능은 변화하고 있다. 농업자원이 먹거리의 기능에서 산업재로 전환 된지 오래되었다. 1차 산업의 생산물은 2차 산업의 자원이며, 2차 산업의 생산물은 3차 산업의 자원이다.

근세기에 들어서 농업자원의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가 화란과 덴마크이다. 특히, 화란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업수출국이다. 화란의 연간 농업생산액을 액수로 치면 연간 미국곡물 수출량에 달한다. 남한의 절반도 되지 않은 면적에서 미국농업에 버금가는 화란의 농업생산성은 생물자원의 개발에 있다. 생물자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그리고, 생물자원은 제한된 공간에서 무한대의 재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광물자원과는 달리 항구적인 소비가 전제된 생물자원의 대체자원은 생물체 뿐 이다. 총체적으로 생물자원은 인간의 삶에서 무한한 생산성을 지닌 미래의 자원이다. 협소한 국토와 지하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생물자원의 육성에서 미래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자원이 부족한 나라인가? 자원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는 것은 자연이다. 자원은 인간의 지혜와 능력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자원이 부족하다는 말은 곧 우리의 능력의 부족을 말하고, 자원의 고갈은 지혜의 결핍을 말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농경지는 수십만 헥타르가 줄었고, 지금도 휴경지로 혹은 유휴지로 사라지고 있다한다. 현물가치가 기대되는 위락시설, 혹은 부동산 및 산업공단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사회를 생각할 때, 새해를 맞아 새만금농경지라도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생명과학대학 식품공학부 이 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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