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화염병과 민중가요로 대변되던 학생회가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보다 대중을 포괄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일고 있다. 이에 한총련을 비롯한 학생운동계열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필요성은 그동안 학생들이 소위 운동권 학생회에 보여온 무관심한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178개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서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회가 승리를 거둔 비율이 36%에 그쳤고, 경북지역의 학생운동의 중심지라고 불렸던 경북대의 경우 학생회에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본교의 경우 최근 4년 간 총학생회장 선거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개표가 연기됐고, 투표시간 연장 역시 되풀이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점차 학내 복지문제 등 몸으로 와 닿는 공약이행을 중시하면서 지난 35대 총학생회가 최초로 비권에서 탄생한 바 있다.

지난 해 11월 30일자 본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3년 총학생회가 임기 중에 꼭 수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응답자의 47.6%가 ‘등록금 인상저지’를  40.7%가 ‘학내복지사업 시행’을 꼽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운동 계열은 ‘학생운동은 학생회의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 학생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예로 학생운동 내용이 주가 됐던 학생회의 공약이 이제는 △사이버 의회 설치 △도서관 항시 개방 △교양강의 개설권 청구 등 학내 복지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삼은 것을 들 수 있다. 덧붙여 학생운동 계열 통합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학생운동의 대중화에 힘을 모으고 있는 점 등이 있다.

지난달 13일에 있었던 한총련 대의원 회의에서 신임 의장인 정재욱(23·연세대 총학생회장) 씨는 한총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겠다고 말해 기존의 한총련의 틀을 고집하지 않고 한총련에 대한 인식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총련 간부인 김진석(가명·한총련 정책국) 씨는 “그동안 축적돼 온 문제들로 한총련 한계가 명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촛불시위처럼 대중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의 오미숙 간사 역시 “한총련이 상징적으로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변화의 모습은 오는 ‘5월 축전’에서 발족하는 학생운동 통합조직 건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27일 본교를 비롯한 한총련 소속 3개 대학이 제안한 통합조직 건설에 대해 전국학생회협의회(이하 전학협), 전국학생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측이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8일(목) 주향미(성신여대 총학생회장·연대회의 의장)씨가 한총련에 ‘제 학생운동 단체 상설적공동투쟁체’ 건설을 제안해 학생운동 단체들의 정치적 견해와 사상을 초월,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활동할 것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한총련 관계자는 “본교의 경우 역시 노선을 달리한 연대회의와 한총련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힘을 모은 학생회를 구성해 함께 일하는 것처럼 운동계열 역시 비슷한 사회적 문제를 가지고 함께 일하게 됐다”며 오늘날 학생운동의 계열 분리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시사했다.
한편 오는 30일에 있을 ‘한국 대학생 5월 축전’에는 운동계열이 아닌 일반 학생들까지 참여토록 해 학생운동이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고 대중을 포괄할 수 있는 방법을 꾀할 생각이다.

전학협에서 활동중인 김지연(법과대 법학00) 법과대 학생회장 역시 “학생회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다원적인 운동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며 “기존의 노동계와의 ‘연대’가 아닌 대학생의 이야기와 고민을 담을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학협의 경우 2기와 3기에 과반 학생회 강화를 위한 운동을 펼쳤으며 4기의 활동은 대학사회에서 고민을 시작해 사회로 뻗어나갈 수 있는 평화인권에 대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학생운동계열이 학내 문제에 대해 관심의 수위를 높여 가는 것에 대해 ‘변화’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 다. 한총련 소속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회가 학내문제에 보다 관심을 쏟게 된 이유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학내 문제 역시 심각해졌기 때문”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시각을 외부적인 문제에서 학내로 완전히 돌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운동계열의 달라진 행보에 대해서 참여연대 양영미 간사는“한총련의 경우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으로 인정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학생운동이 과거와 같이 사회 민주화 흐름을 도울 수 있는 운동이 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경실련 정책실의 김용철 부장은 “학생운동 계열의 변화는 스스로를 솔직히 드러내고 시민단체나 사회의 도움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학생운동의 통합과 발전 방향을 위한 모색은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상설적공동투쟁체’의 통합을 위해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통합을 위해서는 기존 단체의 주도성이나 색깔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 간의 의견차이를 줄이고 통합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이에 덧붙여 학생 운동이 학생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운동이 되어야만 진정한 학생을 위한 활동으로서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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