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반한 도자기와 20여년을 함께 한 남자가 있다.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려고 밤낮으로 흙을 빚다 병까지 얻었다는 장형진(남·51세) 선생. 지금은 최고보단 최선을 추구한다는 그의 도예실을 찾았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산초도예연구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심상치 않은 도자기가 보인다. 직경 1cm도 안돼 보이는 작은 도자기부터 곳곳에 뚫린 구멍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연꽃봉우리 모양의 초롱, 들어볼 엄두도 안 나는 거대한 주전자까지. 그 한가운데서 장 작가는 기자가 온 것도 모른 채 도자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손길에 갓 성형이 끝난 찻주전자의 꽃무늬 손잡이가 담쟁이넝쿨처럼 붙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산초도예연구소는 작은 도자기를 잘 만들어내기로 유명하다. 전통 도자기에 넉넉한 멋이 있다면 그의 도자기에는 섬세한 매력이 있다. “도자기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요. 가장 큰 도자기도 만들어보고 가장 작은 것도 만들어봤죠. 그러다가 작게 만드는 게 내 재능이란 걸 발견하고 큰 기쁨을 느꼈어요. 저만의 노하우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자기를 만들었죠”

도예에 입문하기 전 그는 교직에 있었다. 그림을 전공한 장 작가는 특수학교에서 장애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교직생활 동안 창작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기가 힘들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전통 가마로 도예를 하는 지헌(知軒) 김기철 선생을 만났다. “김기철 선생의 작품을 보는 순간 마음 깊게 와 닿는 무언가를 느꼈어요. 그날 밤 그 분을 찾아가 무조건 도자기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의 도예 인생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르고 싶었던 그의 열망은 섬유근통증후군이라는 병을 불렀다. 물레를 잡기는커녕 일상생활도 힘들었다. 마음의 병이라 생각해 최고가 되자는 욕심부터 버리고 매사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병은 점차 완화됐고 그의 삶에도 변화가 왔다.

장 작가는 같은 인생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과 한 상자가 있는데 누구는 좋은 것만 골라먹고 누구는 좋은 것이 아까워 나쁜 것만 골라먹는다고 생각해봐요. 좋은 것만 골라먹으면 사과가 빈 상자가 될 때까지 좋은 것만 먹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자를 비울 때까지 나쁜 것만 먹게 되는 거죠”

장형진 선생은 어떤 일을 하던지 자신을 즐겁게 하는 일부분을 찾으라고 했다. “무슨 일이든 완전히 만족하는 일은 없어요. 직장인 100명에게 직장이 좋아서 다니는지 물어보세요.

한, 두 사람 있을까 말까에요. 동료와의 우애처럼 본인이 있는 곳에서 즐거운 부분을 하나라도 찾아봐요. 그 부분을 찾으면 힘든 일이 있어도 참고 자신을 발전시키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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