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보육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여성부이건, 보건복지부이건, 국방부이건 간에 보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해준다면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김애리 서울시 어린이집·놀이방연합회 부회장은 강조한다. 이처럼 현 시점에서 담당부처의 이관 문제가 보육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보육업무의 이관 찬반에 대한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보육사업 자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국내의 보육현장이 보건복지부의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 문제로 인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번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 문제는 지난 3월 중순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육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할 것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밝히면서 불거졌다. 더욱이 복지업무의 여성부 이관 정책발표가 여론의 수렴과정이나 공청회, 부처간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은 지난  3월 있었던 국무회의에서 공식안건으로 채택됐다. 국무회의 상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현재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는 보육 문제는 여성의 사회 참여라는 국가 전략과 맞물려 있는 만큼 여성부가 맡는 방향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관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상희 서울특별시보육시설연합회 사무국장은 “논의 자체의 비민주성을 떠나서 생각하더라도 정부가 보육사업에 진지함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에 대해 보육단체들의 입장은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놀이방연합회는 여성부로의 이관을 찬성하고 있다. 그 이유로 보건 복지부 업무 상, 보육이 주업무가 될 수 없지만 여성부로 이관된다면 대표업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육정책에 좀 더 많은 지원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을 들고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어린이집·놀이방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업무상 보육은 뒷전이었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이전될 경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보육시설의 복지 서비스적 성격도 여성부가 내세운 영아, 장애아 등 특수보육 중심의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등을 통해 만족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차등보육료제 실시와 보육교사 처우개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한국보육시설연합회는 지난 3월 이관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관을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보육시설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이관을 하게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보건복지부의 복지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다 잃게 된다”며 “경륜이 전혀 없고 보육정책수행능력을 검증 받지 못한 여성부로 이관하는 것은  보육의 퇴보를 가져온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즉, 보건복지부에서 계속적으로 집행해오던 사업을 한 순간에 여성부로 이관한다면 전체 보육사업과 복지서비스 면에서 부작용과 문제점들이 발생해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과 상관없이 몇몇 보육단체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국내 보육의 발전을 가져오겠다는 생각이다. △한국보육교사회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 △전국어린이집·놀이방 연합회는 지난 19일(월) 여성부 이관의 찬·반 논쟁을 떠나 보육예산 확보를 주장하며 보육 발전을 강조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여성부는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양 정부기관 모두 이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보육은 가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부가 가정문제와 함께 보육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볼 때에 이번 이관은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부의 정책1 담당관실 보육팀 최문선씨도 “실질적으로 업무이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었기 때문에 시간을 끄는 것보다 서둘러 이관시키는 것이 매몰비용을 줄이는 길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논쟁의 시발점은 정부의 보육단체에 대한 지원 부족에 근거한다.

보육시설은 맞벌이 부부, 편부모들과 같이 부모가 일터로 나가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형편에 있는 가족의 자녀들을 대신 양육, 보호해주는 시설이다. 이런 보육시설은 부모의 생업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육성, 보호하기 필요한 시설로,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확산되면서 보육시설들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보육업무를 국가의 중요업무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사업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며 전국적으로 약 2만개의 시설이 설치,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할때 전체 보육시설의 일부를 차지하는 국공립 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민간시설들은 시설이나 운영, 보육교사의 처우 등이 매우 열악한 상태다. 특히 민간시설에서 종사하는 보육교사의 경우에는 그 문제가 심각하다. 매일 1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받는 월급은 매우 적고 또한, 아이들을 상대로 보육과 교육을 실시하는 교사이지만 교사로서의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국공립 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만 민간시설에서 일하는 교사는 그조차 받지 못한다.

민간시설의 경우는 국공립시설과 비교해 볼 때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왜냐하면 국가의 지원이 전무하기 때문에 운영비는 원생들의 보육료에서 충당할 수 밖에 없다. 그 때문에 지역 보육시설끼리 원생 유치경쟁이 붙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이 보육의 질적인 상승을 가져오는 긍정적효과보다는 보육시설 관리인원감축, 급식수준저하 등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민간 보육시설의 열악성은 시설을 이용하는 아동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민간 보육시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보육교사 지원금 지급 등 몇 가지 정책을 실시해 보육현장에서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보육업무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인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이러한 논란이 해결될만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일이 있었다. 전국어린이집·놀이방연합회 주최의 〈여성부장관 초청 보육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지은희 여성부장관은 보육업무의 향후 정책추진 방향에 대해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지 장관은 △ 차등보육료제(가정의 형편에 따른 보육료 책정)의 도입을 통한 아동별 지원 확대 △보육교사자격제의 정비 및 임금체계 개선 △보육시설평가인증제의 실시 △보육서비스의 질 향상을 제시했다.
또한,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문제시 됐던 국·공립 보육시설과 민간보육시설간의 아동 보육, 교육에 대한 양적·질적인 격차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육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가 여성부이건, 보건복지부이건, 국방부이건 간에 보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해준다면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김애리 서울시 어린이집·놀이방연합회 부회장은 강조한다. 이처럼 현 시점에서 담당부처의 이관 문제가 보육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보육업무의 이관 찬반에 대한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보육사업 자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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