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IMF 때가 생각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1학년생인 나도 우리나라가 힘들다는 걸 체감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좋아하던 사탕이 100원에서 2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교할 때 버스비 100원으로 캔디를 사고 대신 집까지 걸어갔는데, 더 이상 100원만으로 사탕을 사먹을 수 없어서 학교 갈 때도 걸어서 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지만 당시엔 나름대로 비장했다.  
그 때의 비장함을 요즘 점심시간에도 느낀다. 2교시가 끝난 후, 후배 밥을 사주러 가는 길이 초등학교 1학년 당시의 등교하는 기분이다. 학교 주변 식당가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1000원 이상 올린 식당도 있다. 학생 식당도 가격을 올린 마당에 주변 식당도 값을 올리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후배들이 밥 사달라는 말을 할 때마다 화들짝 놀라며 절로 한 숨이 나온다.
어떤 동기가 후배들한테 비싼 음식을 사줬다는 얘기만 들어도 요즘은 부담감이 든다. 비싼 것이 맛있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싼 걸 사주면 미안해진다. 내가 후배였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지만, 막상 선배가 되고나니 괜히 후배들 눈치가 보인다. 짠돌이 선배 이미지는 피하고 싶기 때문인지 아예 후배들을 피하는 선배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새내기한테 밥을 사주는 것은 좋은 전통이다.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랑 중 하나가 선후배 관계인만큼 밥을 사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매년 물가가 오르면 나같이 돈 없는 선배들은 후배들이랑 친해지기도 힘들지 않을까. 안암 식당가들이 학기초에 높은 매상을 올리는 만큼, 이 시기만이라도 이익을 조금만 양보해 줄 수는 없을까. 어떻게 보면 커피 값이라도 안 오른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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