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드라마 '짝패'는 탄탄한 구성과 아역들의 호연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우여곡절로 양반의 신분이지만 거지로 살아가는 천둥이가 서당 담장너머로 들려오는 글 읽는 소리에 학문을 깨우치고 글 연습을 하고, 스승을 찾아가는 모습은 대견하기만 하다.
  백성의 아픔 따위는 상관없이 자기 배를 불리고자 골몰하는 세도가 양반들의 모습은 '전세대란'임에도 투기로 5억원짜리 전세를 놓는 고관대작의 지금 모습과 겹치면서 드라마에 빠져 들게 한다.
 200년 전과 오늘이 무엇 하나 바뀐 것없다는 생각에 씁쓸하지만, 주인공 천둥이가 어떤 모습으로 현실의 벽과 싸워나갈지 궁금해 채널을 고정하게 된다.

 요즘 경제사회 전체의 화두는 물가대란이다. 대학 등록금 1천만원 시대에 부모 허리가 휜다. 하숙도 원룸도 어려워 잠만 자는 방 또는 고시원으로 옮겨가는 대학생에게 짝패의 주인공 마냥 현실의 벽을 넘고자 노력하란 말을 전해주고 싶지만 그것마저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지난해 대학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 ‘울림’을 줬던 김예슬과 같은 친구가 연이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역시 기대로 머물렀다. 녹록치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대학생이라는 계층은 대학을 거부하기보다는 반드시 살아남아 성공하기를꿈꾸고 있을 것이다.

 몇해 전 우석훈 박사가 말해 이제는 20대의 대명사로 굳어진 88만원세대는 녹록치 않은 20대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하지만 88만원세대라는 담론의 급습은소위 말하는 명문대생에게만 해당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명문대를 제외한 대다수 20대는 본래 88만원세대였다. 우 박사의 88만원세대 담론은 학력고사와 수능시험 한번으로 인생을 결정지었던 과거와 달리 명문대생도 자칫 88만원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때문에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88만원세대를 운운할 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성공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결코 현실의 벽을 넘는다거나 현실에 저항하는 천둥이 같은 노력은 하지 않는것이다.
 여전히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고, 등록금을 지원받고, 생활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의 대학생. 알량한 학벌을 판 과외로 유흥비와 생활비를 보탤지언정 전적인 경제 독립을 이룬 '대학생'이 얼마나 될까. 때문에 대학 등록금이 1천만원을 넘어가도 매년 학생회가 이어가는 '등록금투쟁'은 공허할 뿐이다.
  더구나 속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 천둥이의 됨됨이를 본 양반자제 귀동(본래 천인신분)은 벗이 되기를 제안하며 '짝패'가 된다. 반면 21세기가 밝은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같은 울타리 친구들에게 육두품, 성골, 진골을 따지는 유아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안암과 세종이 '짝패'가 되어보라. 각자 88만원세대로 전락할 것을 두려워할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짝패'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안암에서든 세종에서든 브로콜리 너마저가 부른 '졸업'의 마지막 가사를 수없이 되뇌이며...바꿔보라.
 그 작은 시작이 현실의 벽을 허무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테니.

〈참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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