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은 대한민국의 분단현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최근 중동에서 이는 민주화 물결은 북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대신문은 임혁백(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나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의 가능성을 물었다. 그리고 통일한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았다.

▲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영향을 받아 1월 25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이어진 이집트 반독재 정부시위는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2월 14일자 타임(TIME)지 표지.

- 중동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북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지역을 비교해달라

이슬람 중심의 신정체제가 지배하는 전근대적 질서 아래에서 민주화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이 탈 근대적 의미의 무선 소통으로 전근대적 질서를 무너뜨려서 매우 놀랐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관광객을 위해 IT 환경을 구축한 튀니지·이집트와 달리 북한은 통신 혁명을 쉽게 막을 수 있다. 둘째, 북한은 선군정치를 하므로 민중봉기로 무너지진 않는다. 셋째, 북한 뒤에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라는 방패를 잃으려 하지 않는다.



중동혁명의 약점은 지도자와 정치프로그램이 없고, 물러난 대통령을 대신해 사회를 관리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이를 메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임 교수는 저서 〈한반도는 통일 독일이 될 수 있을까?〉에서 동독의 붕괴와 1년만의 통일을 ‘돌발성의 모멘텀(momentum)’이란 용어로 설명했다. 주변 강대국들이 냉전 해체와 동독붕괴의 ‘돌발성’에 놀라는 사이 독일은 이미 ‘준비된 통일국가’로서 ‘돌발성의 모멘텀’을 발휘해 1년이 안 되는 사이에 4대 강국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와 ‘2+4조약’을 체결했다.


- 현재 북한에서 중동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에게도 ‘돌발성의 모멘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없다. 통일을 위한 한국과 독일의 노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꾸 단일민족 국가로의 통일을 공개 주장한다. 이럴수록 중국, 일본, 러시아는 통일한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북한은 언제 강제 흡수 통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다.
독일은 주변국들에게 독일이 유럽의 일원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통일의 기반을 쌓았다. 오늘의 유럽연합(EU)이 있기까지 독일과 프랑스의 역할이 주도적이었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그 결과 소련이 해체되고 동독이 무너졌을 때 주변국들은 독일 통일에 호의적이었다. 1989년 헝가리에서는 서독으로 가는 기차를 타게 해 달라는 동독인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계기였다. 그때 러시아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북한에서 돌발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독일만큼 준비돼 있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무너지면 한국영토가 되는 줄 안다. 착각이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지역이 원래 중국 땅이었다는 인식을 자국민에 꾸준히 심고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유학과 관광, 무역 등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도 북한은 결국 중국의 입술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4개국(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을 설득해야하는데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에만 신경 쓴다. 중국의 입장에서 7700만 인구의 통일한국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우린 독일을 본받아 중국을 안심시켜야 한다.

▲ 임혁백(오른쪽) 정외과 교수가 이범종 기자에게 16일 북한 급변사태 시 통일의 기회를 잡기위한 방안에 대해 독일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상윤 기자 chu@

-한국의 정치적 역량이 지금처럼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 될 경우 일어날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중요한 문제다. 통일이 되면 남한 자본가들이 가장 이익을 볼 것이다. 남한 청년은 노동시장에서 북한 출신 경쟁자를 만나 적대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부동산 투기꾼에 의해 북한 주민이 쫓겨날 수도 있다. 그러면 사회적 저항이 일어난다. 남·북한 사이에는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관용이 없다.
효과적인 예방책은 미국과 같은 ‘중위연방제’다. 서울, 경기, 충청, 영남, 호남(제주 포함), 강원(강원북도 포함), 평양, 평안(평안, 자강), 함경(함경, 양강), 황해의 10개 주로 구성되는 연방을 이뤄야 한다. 각 지역 집단이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고 소수자에 대한 다수 집단의 억압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남북 자치정부가 대치할 경우 이를 중화할 완충지대가 없어 남·북의 폭력적 대결과 체제붕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독일 통합과 ‘햇볕’의 공통점은 ‘기능주의적 정책’이란 점이다. 영토적 경계를 넘어 우편, 전화, 화폐, 노동, 무역, 생산 표준, 환경 등 부분적 영역에서 ‘기능적 통합’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유럽 연합을 보라. 영토적 통일보다 평화적 교류를 먼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조건부적 화해정책인 ‘비핵개방 3000’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상황에 조건을 부여하고 그에 맞게 대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현상유지를 포기 못하는 처지인데 이 상황에서 그런 정책을 펴면 통일 안하겠다는 얘기 아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중국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서 미국과 소원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 관계를 이명박 대통령이 되돌려 놨다. 독일이 했던 노력과 정 반대다.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 6자회담이 필요하다. 냉전시대를 재현하면 안 된다. 자꾸만 군사적 접근 분위기를 만들면 곤란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볼 때 대북 강경정책을 피할 수 있나

정치에선 그렇게 결정적 사고를 하면 안 된다. 북한은 왜 군사도발을 저질렀나? 미국이 대화하지 않아서다. 비핵개방 3000같은 조건부 정책아래 남북 교류가 축소됐다. 북한은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와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니 무력시위를 한 거다. 대화 하려면 사과 먼저 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안 된다. 우리가 먼저 대화를 잇다 보면 공식적으로는 말 안 듣던 김정일이 지나가는 말로 ‘미안하다’고 말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대범함이 없다. 외교와 협상의 여러 방법을 놔두고 왜 냉전시대로 돌아가려는지 모르겠다.


-통일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통일하지 말고 평화만 유지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젊은 세대는 통일에 비관적이다. 그러나 이건 영토적 통일만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다. 보수언론은 자꾸만 통일의 부정적 측면만 들추며 겁을 준다. 통일은 그리 쉽지 않으나 어렵지도 않다. 평화로 얻을 이익이 훨씬 크다.
통일은 민족의 문제이지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념을 떠나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 국민적 의제를 만들고 해결점을 찾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 한국에서 그런 지도자가 있었나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그는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후 4대 강국과 외교해서 6.15 선언을 받아들이게 했다. 통일만 강조하면 내·외적 갈등이 일어난다는 걸 잘 알았다. 내가 통일정책 자문관으로 있을 때는 “정부 정책에서 ‘통일’이란 말을 빼라”고 얘기했다. 그 대신 ‘평화론’만 이야기했다. 독일처럼 통일을 이야기하지 않고 평화를 추구하다보면 통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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