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정 기자 able@

홍창수 교수는 연극을 ‘생명이 담긴 수공예술’이라고 표현했다. 20년 넘게 글과 희곡을 쓴 작가의 결론이라기엔 너무 담담했다.

본교 영문과 재학시절, 시 쓰기를 좋아하던 그는 여석기(문과대 영문학과) 교수의 현대영미희곡 수업을 들은 후 희곡으로 마음을 돌렸다. 일방적이지 않고 관객과 쌍방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이다.

최근 들어 연극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연예인들이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해 영화에 밀려 침체됐던 연극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홍 교수는 연극이 상업화 돼가는 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한다. “장르가 다른 것뿐이지 상업적인 연극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규모가 작은 소극장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단점은 있지만, 예술을 추구하는 작품은 굳이 많은 사람들이 봐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소수관객이 즐기더라도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공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도 작가들이 흔히 겪는 ‘창작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작가들은 고달프다. 홍 교수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 같은 경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기본적으로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려요. 구성과 캐릭터, 그 인물들 간의 관계라든지 사건, 그리고 주제까지 표현하는 종합적 응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건 힘들지만 이런 고통을 통해 작품이 탄생하고 결국 생명력이 생기는 거죠”

최근 제자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얘기를 꺼내자 홍 교수는 마치 자기 일처럼 자랑스러워했다. “그 친구
는 지난해에 공연했던 <오늘 나는 개를 낳았다> 공연 때 함께 참여해서 스텝으로 일했어요. 작품의 처음부터 작품을 고치는 과정까지 모두 지켜봤어요. 그때 했던 경험이 이번에 등단한 작품에 도움이 많이 됐을 겁니다”

홍 교수는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이 발표하는 여물지 않은 글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고쳐준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홍 교수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문예창작과는 매년 등단 작가를 배출하고 있다. 제자들이 하나둘씩 등단하는 것을 보며 그는 문예창작과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홍 교수 역시 자기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난 해 그는 작가에 이어 연출가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앞으로 자신이 창단한 극단에 매년 공연을 할 작품을 만들어 배우, 스텝 그리고 극단 전체가 자급자족하고 싶다고 말한다. 홍 교수는 좋은 작품을 구상해야 한다며 오늘도 변함없이 글에 생명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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