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서 일본인 학생들의 주도로 이번 일본대지진과 관련해 모금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서 일부 학생들이 이를 두고문제를 제기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사는데 굳이 도와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온라인 특유의 감정적이고 날선 표현을 감안하더라도 우려스러운 문제제기다.

이들은 최근 일본 적십자에서 국내 한 식품업체의 지원을 사양하고, 일본의 극우세력이 한국의 지원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분위기를 들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극소수의 반응에 흥분하지 말고 ‘인도(人道)’와 ‘인류애(人類愛)’의 의미를 따져봐야 한다. 한일간에 축적된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사과를 받으려면 당당하게 요구해야지, 쌤통이라는 식으로 재난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도량을 좁히는 일이다. 수해를 입고, 화마에 휩싸여서 정처 없이 거리로 나온 이웃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은 경제논리나 정치논리로 재단할 수 없다.

게다가 ‘모금’은 스스로 누구를 도울지 결정하는 행위다. 지금 교정에서 진행되는 모금운동은 무슨 관공서가 나선 캠페인이 아니라 고향에 두고 온 가족과 조국에 남겨둔 친구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일본인 유학생의 ‘부탁’이다. 분명 캠퍼스에서 몇 번을 마주쳤을 그 일본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 생각인가.

‘일본이 싫다’, ‘일본을 돕는 건 바보짓이다’는 이유로 모금운동을 깎아내리는 행태는 지양해야한다. 연락이 안 되는 고향의 친구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는 이들의 부탁에 귀기울이지 못할망정 매도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민족, 나아가 세계와 연대하겠다는 고대인의 웅장한 비전이, 허공에서 울리는 구호라고 느껴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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