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경희대에서 비상학생총회가 성사되었고, 그 자리에서 발표된 등록금 환급결정은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다. 비상총회를 준비하는 본교생들도 이 소식에 고무된 분위기다. 총회 날짜가 다가오면서 캠퍼스 곳곳에는 ‘학교와의 싸움에서 기필코 승리하자’는 식의 강도 높은 구호가 들려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희대가 ‘비상총회의 힘으로 학교와 싸워’ 이번 성과를 낸 건 아니라는 점이다.

경희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을 두고 겨울방학부터 학생과 학교 간에 의견이 여러 차례 오갔다. 경희대 학교당국은 3% 인상된 등록금 가고지서를 배송한지 7일 만에 ‘등록금 책정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설치되었고, 대학 최초로 등록금 관련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학생들도 등심위, 토론회에서 학교당국과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본교의 상황은 다르다. 학교당국은 학생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총학생회를 위시로한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실력행사’를 할 수 있을 지에만 집중한다. 요구안이 전면 수용되지 않으면 삭발을 불사하겠다는 소리와 학교 사정이 어려우니 학생들이 좀 이해하라는 식의 말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비상총회가 성사되고 등록금이 인하되어도 소용이 없다. 학교는 언젠가는 이번에 한 번 봐주었다는 이유로 더 높은 인상률을 제시할 거고, 올해부터 매년 비상총회가 열려도 학교당국과 학생들의 관계는 모래성만 높이 쌓는 일처럼 결국 허물어질 것이다.

등록금은 학교와 학생이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다. 학교는 진심으로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과 문제제기를 수용하면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하고, 학생들은 학교와 싸우기에 나서기보다는 먼저 학생의 총의를 모아내고 학교를 설득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양측이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끝없이 평행선을 내달리고 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